겨울산



어디 거적같은 그림자를 접어두고 있었구나
거친 턱 성긴 손톱으로 멧돼지처럼 맨땅 부비고
눈바람 틈에서 간혹 삐죽거리는 울음소리까지
그저 외로운 시늉쯤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죽음보다 더 깊은 그늘을 숨겨놓고 있었구나

말 없으면 세상 조용할 줄 알았더니
침묵의 어지러운 가지위로
주체할 수 없는 눈꽃들이 피고
설해목 사이를 산토끼처럼 헤집고 다니는
저 새벽빛은 무엇인가

무엇인가
침묵하는 것마다 숨겨놓은 뜨거운 것이 있어
새벽이 오게 하고
가늘고 긴 손가락 햇살 붉게 묻혀
내 낡은 눈을 정확하게
깊게 찌른다

뜨겁다 흐르는 강이 몸짓을 멈춰야 겨울이 오고
네 그늘을 덮고 죽음처럼 잠잘 때 비로소 밤은
세상 밖으로 걸어나가니 살아있는 것과
햇살에 찔린 것들은 모두 뜨겁다

모든 강들이 산에 모여서 울었다
산은 얼어붙은 마음을 풀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든 마음들이 내 마음에 와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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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도 뜸해진 작년겨울쯤,
담너머 구경만하다가 용기내서
글동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새해들어 돌돌말아서 조오기 위에 창고에 보관되었네요
그래서 한참생각해서 이름도 바꾸고(스노피아→물마음)
선배님들 올리기를 기다려 다시 올려봅니다.
함께할 눈빛들을 생각하면 늘 설레임입니다.
새해에도 글방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