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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도둑..... (단편) 글/살림망67

몇주일째 낚시를 가지못했다.
저수지마다 모내기를 위한 배수를 한지도 오래되었으나 그보다 늦봄부터 두어달이 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그나마 절반가량 남은 수위마저도 거의 바닥을 드러낸곳이 태반 이었기 때문이다.
큰비가 오기전까지 손맛이나마 달래려 주변의 양어장과 유료터를 수소문한끝에 강화도내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유료터를 찾아내 토요일새벽 일찌감치 차를몰아 집을나섰다.

굽은 산길을 돌아 조그마한 낚시터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다 둠벙의 중간정도에 위치한 좌대에 짐을 내리고 낚시채비를 설치했다. 했다.
그리고 어분과 콩가루를 조합하고 새우가루를 섞은 떡밥을 만들어 놓고 세칸대 두대의 포인트에 밑밥을 충분히 달아 던졌다.
그러자 오른쪽의 찌가 스물거리며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챔질과 동시에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손맛을 느끼며 끌어낸 놈은 9치가 넘어보이는 황금빛 토종붕어였다.
나는 양어장에서 이처럼 깨끗한 토종붕어의 입질을 받을수 있다는것에 매우 흡족했다

그렇게 햇살이 퍼지는 오전시간동안 서너마리의 토종붕어를 잡아올리고 관리소 뒷편에 있는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갔다가 다시 좌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전에 만들어놓은 떡밥이 온데간데 없고 빈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였다.
나는 혹시 일어설때 다른곳에 엎어버린것이 아닌가 싶어 주위를 샅샅히 살폈으나, 떡밥의 흔적은 찾을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누군가 떡밥이 떨어져 가지고 갔겠거니 생각하면서 낚시터에서의 떡밥인심이야 아직 너그러운데 양해를 구하고 달라고 하면 마다할 낚시꾼이 없을텐데 하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떡밥과 어분가루를 풀어 찰지고 고소한 미끼를 만들었다.
그리고 떡밥을 달아 던진지 십여분이 지나서 움찔거리는 입질이 이어졌고, 간간히 시원스레 찌를 올리는 붕어입질을 만끽하며 서너수를 더 살림망에 담궈 두었다.
점심때가 되어 매점에서 김치찌개 한그릇을 먹고 어분 한봉지를 사서 관리소를 나오자 어느덧 많은 조사들이 좌대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시 자리에 돌아와 미끼를 새로 달아 던지 려고 떡밥그릇을 보니 또다시 빈그릇만 덩그라니 있는것이 아닌가!

나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떤 몰상식한 자가 자리만 비우면 떡밥 도둑질을 하고 다니는가 싶어 물가를 천천히 걸으며 조사들의 떡밥을 살피며 용의자를 찾기로 했으나 떡밥이란것이 색깔도 그렇고 냄새또한 비슷비슷한것이라 도무지 심증은 갔으나 물증을 확보할수 없다는것에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새롭게 떡밥을 게어 낚시를 시작하면서 온통 정신은 어떤자가 그런짓을 하는가 하는 의구심에 산만하기 짝이없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최고의 입질타이밍이 찾아왔다.
주변의 조사들도 간간히 올리는 붕어를 제압하느라 여기저기 서 탄호성이 나왔다.
나는 밤낚시를 위해서 모기약과 렌턴을 준비해야 겠다 싶어 차에서 짐을 가지러 갔다온 사이 또다시 나의 떡밥이 도난 당한것이였다.
이번엔 정말로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한참 입질이 오는 시간대에 이런짓을 하는 작자를 기필고 잡겠다는 의지마져 생겨 나는 나름대로의 계략을 생각해냈다.
다시 떡밥을 풀어 조금 걸축하게 만들고 낚시가방속에 있는 순간접착제를 떡밥위에 뿌렸다.

만약에 또다시 떡밥을 훔치러 손을댄다면 아마도 한참동안은 그자의 손바닥에 떡밥이 붙어있을것이 틀림없을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음흉한 미소까지 지으며 골고루 접착제를 떡밥에 바르고 일부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휴게실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그자가 다시 나의 떡밥에 손을 대기를 기다렸다.
얼마후 다시 좌대에 돌아온후 떡밥그릇을 확인했다. 역시 떡밥에 손을 댄것이 틀림없었다.
떡밥의 절반이 없어졌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가루들을 보아 아마도 손에 달아붙는 느낌에 놀라서 털어내려한 흔적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느긋하게 좌대사이를 걸으며 용의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했다.
한동안은 틀림없이 물가에서 손을씻는다는둥 손바닥에 붙은 떡밥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관리소 근처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낚시관리소에서 키우던 개한마리가 얼굴과 주둥이에 온통 떡밥을 뒤집어쓰고 깽깽 대며 뒹굴고 있는것이었다.
관리소 사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개의 얼굴에 붙어있는 떡밥을 떼내며 한마디 했다.
" 이놈이 도대체 뭘 먹은겨? 요즘 이렇게 찰진 떡밥도 나오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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