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경운기 한대
가을볏단 말라가는 농로사이로 버려져 있다
마른 담쟁이 풀
철의 관절마다 타고 올라와
붉은 녹을 뜯고있다

아직은 한 참 털털 거리며 들어서야 할 농로에
그를 몰던 아버진 어디로 가셨는지
바퀴는 쏙 빠져 어디로 굴러 가셨는지
그 상한 허리를
풀들이 툭치고 비가 들어왔다 나가고
너와집 짐칸 골방엔 늙은 호박한분
강아지풀 머리를 하얗게 빗겨주고 계시다
머리를 빗을때 마다 어둠의 고랑으로
자식처럼 서카래는 후두둑 떨어져 쌓이고
고랑을 타고 고름같은 달 차올랐다

자식들은 어디로 떠나있을까

마을 힘좋은 청년은
언제 누가 버렸는지 모른다고 한다
서울에서 놀러왔다 한다 잠깐 다니러 온 것 뿐이라 한다

버려진 경운기 한대
농로사이 어둠을 끌고 달빛속으로 들어가시는게 보였다
쿨럭 생피를 쏟으며
담쟁이 풀 마른 탯줄에 관절을 묶는 것이 보였다
붉은 녹 주름하나 허리 똑 부러지는 소리가
밤에 달밤에 들려왔다

마을입구
팽나무 아래 노인들만 모인 잔치는
난장처럼 벌어지는지
바람은 헛배를 채우려는지 자꾸
어둠을 베어 먹으며 그리로만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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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경운기의 초제를 고려장으로 바꾸어 개작함. 200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