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일찌감치 시작된 이른 저녁...
물가에서의 낚시꾼들의 식사라고 하기엔 그 메뉴가 너무 너무 고급스럽습니다.
생전 처음 맛보는 소스에 버무려진 불고기에 등심, 안심, 게다가 티본 스테이크...

특히나 심해에서 산다는 장지새우의 앞 집게발의 코발트빛은 칠보장식에서나 봄직한 그런 황홀한 색을 발하고 있네요
카메라를 꺼내 사진으로 몇장 남겨두고픈 충동이 잠깐 일었지만 우선 먹어두는게 급선무입니다. -,.-?

순전히 먹거리만를 챙겨주러 바쁜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물가를 찾은 여울사랑 님께 다시금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이제 주위엔 어둠이 내리고 수면이 밤하늘인양 별처럼 빛을 발하는 캐미12좌?
간밤 내린 제법 많은 양의 비로 좌측 새물 유입구에서는 쉴새없이 새물이 흘러들고...우려와는 달리 옅은 감탕끼만 있을뿐 아직 뻘물이 일지 않은 물색...

비록 얼굴은 보지못했어도 붕애비님은 녀석의 입질을 받아 녀석의 가공할만한 파워를  짧은 순간이나마 맛봤다고...

이곳을 소개시켜준 천]메주콩[마 님 역시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총알을 차는 당돌한 8치급으로 마수를 하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유독 후나만 이렇다할 조과없이 저녁시간은 시나브로 흘러갑니다.      

생각외로 제일 우측 얕은 수심에 갓낚시로 드리워둔 대에서 첫입질이 들어오는데 찌톱을 다 들어올리지 못하고...두세마디 드는 듯하더니 도로 제자리로 툭 떨어집니다.

'잔챙이나 잡고기인가?'

여기는 배스와 블루길 천국이라 잔챙이들은 아예 살수가 없는 그런 곳이랍니다.

번번히 도중하차하는 찌올림에 챔질을 하기도 그렇고 속만 타는데...

카본 4호 원줄에 18푼이 넘는 생미끼용 고부력찌, 감성돔 4호바늘, 풍덩~ 꼬로록... 찌맞춤에 (글루텐) 떡밥 미끼...

일전에 이상하게 설걸림과 헛챔질이 많아, 많은 입질에도 정작 얼굴을 보는 경우는 50%도 안된다는 천]메주콩[마 님의 얘기에 작은 바늘과 예민한 찌맞춤으로 해보라고 조언까지 해줬었는데...
정작 오늘 후나는 완전히 '말 따로, 행동 따로' 입니다.  

바늘을 '감성돔 2호'로 바꾸고, 봉돌도 깎아냅니다.

그렇게 부산을 떠는 사이 2시방향의 3.6칸대의 초릿대가 사정없이 수면 아래로 쳐박힙니다.
쉐엑~ 괴성을 지르며 낚시줄은 수면을 가르고...엄청난 파워를 과시하면 모습을 들어낸 녀석 월척급입니다.(아침에 다시보니 아쉬운 9치였지만^^")

이번에 11시 방향의 2.9칸대 찌가 부드럽게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또다시 울어대는 낚시줄...아까와 똑같은 사이즈 쌍둥이 9치입니다.

결론적으로 바늘 크기와 찌맞춤이 이곳의 입질 패턴과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역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합니다.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은 벌써 새벽3시를 향해 가는데... 저녁을 너무 거창하게 먹은 탓인지, 모처럼만의 장거리 운전탓인지 피곤이 엄습해옵니다.
비몽사몽간에 그렇게 서너 차례의 입질을 또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고 어느덧 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하룻밤만 더 투자?하면 분명히 대물의 입질도 받아낼 자신이 이제는 생겼는데... 어느샌가 짐을 다 꾸린 붕애비 님 철수를 종용하네요

'쩝... 아쉽다. -,.-? 오늘밤에는 분명히 월척 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