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사내 그리고 사랑


                                              


   1.

   나는 기억한다.
   테크노 덴스와 서글픈 상업주의를 바라보면서
   당신의 느낌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예요. 눈내리는 저녁길
   내가 나에게 보내는 자폐의 말들위에
   무너져 내린 지구축을 일으켜 세워 보지만
   역부족이었다. 밤은 결국
   거리의 뼈들마져 하얗게 먹어 치웠다.

   2.

   테크노 벨리에 내리는 눈
   테크노 음악조로 휘감기는 눈의 신경들은 살아서
   전지현 처럼 흔들리며 바람이 불었다.
   강남 네거리
   사내들한테 가는 여인들은 장미꽃을 들고 있었다.
   여인들 보다 더 화려하게 피고 있는 눈발 속으로
   나는 몇번이고 미끄러 졌다. 그때
   오래된 사랑하나가 나를 부축하고 있었음을
   내가 한동한 잊고 살았던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음을
   기뻤다 말할 수 없이 노래 부르며 다시 나는
   기뻤다.

   3.

   눈의 신경막속으로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세요? 나예요! 춥죠? 아니 나 한잔했어!
   그렇게 시작한다. 사내들은 사랑에 연결되어 늘상
   초인종을 울리며 문 밖에서 문 안으로 배달된다.
   눈사람처럼 젖어서 눈사람이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