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을 끓이며



1.

청국장을 끓인다.

곰삵은 청국장 한 주걱 뚝배기에 넣고

멸치육수를 부으면

숟가락사이 콩의 대열들이 흩어진다.

콩의 내력 깊숙이

일정량의 햇빛이 녹아 들어 갔을 테고

거기 콩밭 옆

강물따라 흐르던 바람도

양념으로 묻어 있을 터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한 숟가락 너끈히 퍼 훅 하고 삼키면

알알이 씹혀지는 더운 맛,



하, 그토록 그리운 어머님의 손맛이여.



2.

전라도 해남땅

아직도 뚝배기 뜨겁게 끓고 있는 청국장집이 있다.

봉분 가득히 햅살밥 내오고

김한장 턱하니 숟가락에 얻혀서

청국장 하나에 밥한그릇 뚝딱 비우던,

사람은 모름지기 청국장 같아야 한다는 해남 할머니

털신 신고 장독대 뒷마당 눈 쓸던 할아버지

모두 그리운,

전라도 해남 땅

그,

청국장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