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을 돌아 와서]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입큰 후나님과 함께
먼길을 다녀 왔습니다.
왕복 815km의 진도 조행길이었습니다.

한 겨울에도 물 낚시가 된다는 것,
물 때만 맞으면 덩어리들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또 무엇 보다도 처음 가 보는 남도의
정취를 맛 보기 위해서 저녁을 먹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작년까지는 강진까지는 갔었기에
조금만 더 가면 되리라 생각했었지만
바다 건너 진도는 너무나 먼 길이었지요.
바람이 장난이 아니고,
억센 갈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코 앞에는 보트를 타신 분들이
긴 뽕대로 어렵사리 던져 넣은 나의 찌들 근처에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년초에, 그 것도 한 겨울에 8치급 이상 되는 붕어들
얼굴을 그토록 보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 뿌듯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그 유명한 둔전지도 둘러 보고
남도의 덜 깍여진 바위산들도,
참으로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 산야들도 구경했습니다.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 까 하는
아쉬움과,
이 아름다운 들녘을 눈에 깊이 담아
언제고 다시 꺼내 볼 수 있을 까 하는
서글픔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4년이라는 세월을 입큰붕어와 함께 하면서,
때로는 격렬한 몸부림도 있었고,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싸한 아랫배의
경련의 아픔도 많았지요.

분명 지나간 시간은
어찌보면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계측판 위에 올려 놓고 보면
한 마흔 쯤 되는 분들은 지금이 분수령이겠지만,
이제 앞으로 낚시할 시간이 지난 날 보다 훨씬
덜 남았다는 초조함과,
곧 대를 접어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가 온다는
꾼의 저녁놀은
너무나 스잔한 외로움을 타게 합니다.


[初心에 대하여...]

이제 새롭게 입큰이 시작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상 이치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 변화의 필요성이겠고,
때로는 뭉치고,떼어내고,
풀어서 다시 묶는 작업이
새로움을 가져다 주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보다 알차게,
보다 보기 좋게,
보다 편리하게,
보다 빠르게....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丹粧이라는 말을 씁니다.
울긋 불긋 곱게 치장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인생살이에는 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씩 부딪히는 것들이
생겨 나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

이럴 때 우리는
처음 가졌던 마음을
다시 떠 올립니다.
初心!

그러나, 初心이 결코
焦心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운영자님들과,
입큰에 주로 활동하시고,
남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시는 실시간팀원들
때로는 읽어 즐거움을 주시는 분들 모두
입큰이 무엇때문에 존재하며,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며,
어떠한 모습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할 것인가를
오늘,
이처럼 새롭게 바뀐
겉 모습이 아닌,
진정으로 初心에 철저한
꾼의 모습을,
프로의 모습을,
또 베푸는 자의 여유로움을,

원 없이
아낌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보여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면서

앞으로 좋은 일들만,
보람찬 일들만,
희망찬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

부산 기장에서
물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