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이틀 앞두고
갈까말까 망설이다
확~! 좌대예약해 놓고
1박하고 토욜아침 일찍 돌아올 생각과
고즈넉한 좌대 분위기에 한번 빠져볼 기쁨으로
춘천호로 달려갔습니다.
비도 이쁘게 혹은 시원하게 내리던 날의 잔잔한 순간을
그놈이 한순간에 완전히 뒤집어
놓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초보조사는 억세게 운좋고
걸려든 그놈은 억세게 재수없겠죠...

시간은 밤 12시 5분.
중추가절의 보름달은
비가 오려던 듯 구름에 가려
희끄무레 밝은 날이었습니다.
6시부터 채비해 놓고
많이들 잘알고 있는 브랜드의 떡밥과
각종 유인재를 섞어 만든 미끼와
다소 된듯하게 반죽한 글루텐 짝밥으로
지루하게 유인하기를 수시간째...
가장 오른쪽에 담가놨던
3.6칸 대의 미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대를 꺼내들고 하나를 달고 두 번째를 달 찰라
그 왼쪽 옆
3.1칸 대에 보이는 약간의 불규칙한 비틀거림과 함께
쑥쑥 솟아오르는 찌의 움직임을 포착,
침착!
친구한테 배운데로 들었던데로...
찌를 끝까지 주시하면서 움직임의 정점에서 스내핑! 핑핑핑!
하자마자
팽팽한 낚시줄이 대각선으로 쏜살같이 향하는 움직임!
무언가 잡아다는 흥분된 감정보다도
혹시나 낚시줄이 엉켜 풀어야 될지도 모를 상황이 오지 않을까에
더욱 긴장했던 시간...
이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란 걸 깨닫기나 한 듯
순순히 내앞으로 다가와 동작그만 차리엇!
어둑한 수면으로 내민 그놈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저거이 뭣이여!
순간. 두려움 100, 호기심 100,  ?0.0?
뜰채가 없어 조심스럽고 재빠르게 좌대위로
들어올려 랜턴으로 확인한 순간!
허걱! 감성돔이다! 세상에...
랜턴에 비춰진 그놈의 빛깔은
투명한 듯 반짝이는 은허연 비늘로 쌓인 갑옷을 입고
털썩털썩거렸습니다.
비늘 한개의 크기가 50원짜리 동전만큼 보였습니다.
너무도 크고 징그러버서
입에 걸린 바늘을 빼기도 겁났답니다.
입이 무쟈게 커서 왠만한 아이들 손은 너끈히 들어갈듯...
그놈을 잡아 놓고 흥분된 기분을 수습하면서
자리에 앉아 ‘저게 뭐지?’ 라는 말을 수 없이 되풀이...
아무리 정신을 다잡으려해도
그 순간의 흥분은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거세지는 빗줄기만큼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답니다.

말로만 듯던 4짜가 이런거구나 라는 것은
다음날 아침에야 확인하고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진짜 낚시를 시작한지 1년하고도 3개월
올 여름에는 9치반 크기 놈도 잡았는데
45cm붕어로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제게 낚시를 가르친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친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제 내가 가는 출조에 따르겠다고 합니다. ㅋㅋ
그래도 사부는 사부랍니다. 쓰부~ 땡큐!

저도 모르겠습니다.
고스톱도 초보가 돈딴다는 말이 있쟎습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예쁘장하고 날씬하고
움직여서 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찌가 있어서 낚시가 좋습니다.
IQ 3이라고 하는 그놈들과 우리 인간만이 즐길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좋을 뿐입니다.

많은 낚시하시는 조사님들께 어복 충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