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지난 2002년 12월 24일부터 25일 동안 전라북도 김제시에 소재한 백산저수지를 다녀온 후 입큰붕어에 올렸던 글입니다.
당시 뜨거운 반응이? 있었기에 다시 한번 올려드리오니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요즘은 가까운 곳(당진, 서산)만 가게 되고 먼 곳을 가더라도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간 덕에 잼나는 조행기가 나오지 않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목) 허거덕!! 조행기 --- 1편

지난 금요일, 사장님이 참석하시는, 송년회를 겸한 회식자리에서 이사님에게 올해 남은 휴가 일정을 해가 바뀌기 전에 사용하겠다는 반즈음은 일방적인 통보를 한 후 억지로 허락을 받고선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슴다.

토요일, 일요일 마눌과 100일이 안된 아들에게 심심한 봉사를 한 후 월, 화요일 일박이일로의 남도원정을 가겠노라--라고 일방통보~

한달전부터 스크랩을 해둔 전북, 전남쪽 낚시장소를 토,일요일간 신중히 검토하고 내린 최후의 후보지는 전남 함평의 목교지와 전북 김제의 백산지(관망대저수지).
가능성은 목교지쪽이 더 높아보였으나 거리 및 화요일 서울로의 상경문제로 최종결정지는 월요일 출발시간인 오후 12시에 전북 백산지로 정하게 되었슴다.

꽉 막힌 서부간선도로를 뚫고 쾌청하게 달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남도로 쏘는 저의 올 마지막 물낚시 조행의 기대감은 내달리는 차의 속도에 비례하여 커져가기 시작했슴다.

동군산 IC를 나온 시간이 오후 4시경, 어렸을때의 기억을 더듬어 백산지를 찾아가는데 곳곳마다 박혀있는 2~3천평 규모의 갈대가 빽빽한 방죽들이 나의 시선을 붙잡슴다.

길바닥에서 한 30분을 소모한 후 해가 어슴프레 넘어가는데....아뿔사~ 이 길에서 지체한 시간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함다.

낚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대략 5년, 전국지도 하나 들고 낚시정보지 하나 들고 수 많은 저수지와 수로를 찾아다녔지만 어릴적 살던 외가 근처의 지리가 눈에 얼른 들어오질 않는 것임다.
해도 저문데다가 길이 너무 많이 바뀐것이었슴다.

1시간여를 익산-김제간의 길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구세주 같은, 빨간 땡땡이 무늬 몸빼를 입은 원주민 아줌마를 만납니다.

나 : "안냐세요~ 저 아주머니, 지송한데요 말씀 좀 여쭙께요~, 여기 백산저수지 가는 길이 어데에요?"

그 아줌마 : "머여? 어데여?"

잠시 침묵이 흐른다...

나 : "여기 종정초등학교 근처에 큰 저수지 하나 있쟎아여...백산저수지라고~?"
(※참고로 위의 초등학교는 저희 엄니가 수십년전에 졸업하신...)

그 아줌마 : "어! 관망대 저수지?" "여기서 저기로, 저기에 도착하면 거시기로..."

또 다시 흐르는 침묵...(순간 다시 물어봐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두번 들어도 자신이 없다..ㅜ.ㅜ)

나 : '음...무쟈게 어렵구만' 그러나 인사 하나만큼은 잘 한다..."넵 감사함다"

불법 유턴에 중앙선 침범, 그리고 후진기어로 역주행을 구사하며 마구마구 찾았으나 끝내 발견되지 않는 미지의 이정표 '관망대'.....

아~ 쓰바 열라 어렵다.
그때 먼발치에서 보이는 빨강, 파랑의 경광등...오홋 빽차로군...과속으로 빽차뒤를 쫓아가 하이빔을 갈긴뒤 경찰차를 정지시켰슴다.
- 운전 13년만에 경찰차가 반가운 경우는 첨이었던것 같슴다.-

경찰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려 정중히 물어봤슴다.
"잠시 검문이 있겠...엇!! 이런 신분을 망각한 발언을..., 저 아저씨 저는 서울에서 왔는데요, 여기 관망대가 어쩌구 저쩌구...."

2벌의 바지를 겹쳐입고, 패딩조끼에 에스키모 파카를 걸친, 저 먼 남극에서 온 것같은, 그러나 서울 차량번호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동물원 펭귄처럼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 경찰아씨는 그대로 꽤 알아들을 수 있게 저에게 설명을 해줬씀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아 주차장처럼 되어버린 구 도로를 찾아 '관망대'라는 이정표를 찾았을 때까지 도로 위에서 보낸 시간이 어언 1시간 이상. 시계는 벌써 6시를 가리키기 시작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