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죽>이라 불리는 저수지가 있었습니다.
그 마을 아이들은 붕어를 잡았다,메기를 잡았다,뱀장어도 잡았다...하며 자랑을 하던,
대략 1만 평 정도의 저수지였습니다.

30 가구 정도 살던 마을에....한 여인이 떠돌이가 되어 그 마을 빈 집에 살았습니다.

"야,이 띠X놈아 !!"

툭,내뱉는 욕설에 질겁을 하고 도망을 치곤 했던 어린 시절...

"정신 나가서 그런댜~쯧쯧..."

그 여인....이 마을 저 마을 떠돌다가 새참이나 얻어 먹고,풀밭에 누워 자고,,,
하교길 황톳길에서 그녀의 욕설이 들려오면 슬며시...감나무 뒤로 숨곤했습니다.




"선배,우리 시골에 숨겨진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거기서 낚시 하면서 휴가 같이 보낼까요?"

"그래? 좋지! "

몇 년 전,
선배 가족과 함께 무주...시골 마을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짐을 풀고~금강 상류에서 루어로 낚은 꺽지...등을 매운탕 끓여 먹고,
어둑해지는 밤길을 따라 그 방죽으로 갔습니다.

그 마을엔 이제 단 세 가구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호두나무 밑에 나란히 자리를 펴고,입질을 기다렸습니다.
떡밥에 지렁이에...던지면 나왔습니다.
잉애....만,

잉애 잡기가 지쳐갈 시간...제법 쓸만한 발갱이가 나와 좀 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그런 순간,

"휘~~~잉~~~"

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더니,
산 속 마을 저수지가 검은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하늘은 이미 먹장구름으로 뒤덮이더니 곧바로 굵은 빗방울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쏴~아~~
저수지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던 빗물에...서둘러 대를 접으려는데,

"스르륵~~"

잡을 틈도 없이 30칸 낚시대가 물 속으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빗물인지 식은땀인지...등골이...서늘해지고 있는데,

"....혹시....여기...예전에 사람 빠져 죽은 일 없었냐?"

라며 선배가 말을 던졌습니다.

"그,,,글쎄요?"

갑자기...오싹해지는 추위에 낚시대를 포기하고,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물에 빠진 쥐 꼴을 하고 나타난 두 낚시꾼을 향해...

"아니,물에 들어가서 괴기 잡았어요?"

참,뭐가 좋아서 저러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는
가족들의 즐거운(?) 표정에....선배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여긴 비 안왔어?"

"무슨 비가 와 ~? 저 별들 좀 봐~!"

".....어....정말....."





다음 날 아침...해가 훤하게 뜬 시간,
그 저수지에...아직은 쓸만한 낚시대를 찾으러 갔습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호두나무 정 반대편...가파른 둔덕
수몰 아부개나무 가지를 붙잡고 있는 낚시대를 발견했습니다.

그곳으로 가려면...제방을 지나 무너미를 건너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기왕 찾으러 온 김에 낚시대가 걸려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비탈진 곳을 기다시피 겨우 낚시대가 걸려 있는 곳에 도착하여 대만 건지고...다시 제방으로 오는데,

마을 주민 한 분을 만났습니다.

"거~기는 머하러 갔다오능거여~?"

"예,어제밤,,,저~기 호두나무 밑에서 낚시를 하는데...낚시대를 끌고 가서 이제사 건지러 왔네요~"

"어허~이 사람,호두나무 밑에서 낚시 하지 마러~담부터는~!!"

"예? 왜요?"

"아,글씨 하지 말라면 하지 말어~그 여편네 땜에 우리 동네 사람들도 저기서는 낚시 안혀~!!"

"...예? 여편네라뇨??"

"더 이상 묻지 말어~!!"





돌아오는 길...
유년시절 떠돌던 그 여인의 욕설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낚시는 뭐 헐라고 하고 지럴이여 띠X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