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가령, 한 사내가
이세상 단 한 사람으로 사랑을 깨우쳤다, 치자.
가령, 한 여인도
이세상 단 한 사람으로 사랑을 깨우쳤다, 치자.

사내의 사랑이 여인에게 가서 무지개가 되고
여인의 사랑이 사내에게 가서 햇빛이 된다고, 치자.

그렇게 한평생 검은머리 팟뿌리가 되어
죽어서도 함께 나란히 같은 무덤에 눕는다고, 치자.
그는 시인이고 여인은 시인의 아내였다고, 치자.
아내는 시인이고 사내는 그의 남편이었다고, 치자.

그들은 한평생 싸우는 일 없고, 늘상 그리워 했고
한 날 한 시 함께 죽기를 바랐다고, 치자
죽음도 그들을 갈라 놓지 못해서, 함께 묻어 주었다고, 치자.

사내는 사랑을 깨달아서 사랑한 것일까?
여인도 사랑을 깨달아서 사랑한 것일까?

무지개로 뜰 적에 햋빛으로 받아준 그거
햇빛으로 건너갈 적에 무지개로 안아준 그거

비온 뒤 무지개와 햇빛이 무한동행(無限同行)하는 내림 굿,

바로 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