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를 돌아 내려









산등성이 붉은 빛은

하늘자락 마저

물둘이고 있다



경내

그득한 저녁 예불의 훈기...

그림자조차

기원을 담는다는

탑을 돌아

어느새

담을타고 넘어가는 하.루.



동자승의 푸른머리를

아픔 가득한 눈으로

한참이나 바라보다



해맑기만한 저 여린 가슴엔

천둥보다 더 큰 침묵으로 닫힌 저 입술엔

차마

다가서지 못할래야



사천왕 지나

산굽이길 내려오며

삼천배의 고통속에서

차라리 해탈을 꿈꾸는

그 아름다운 불심에

가여워하고 만다



아,

속내 벗으려 오른 산사에서

애꿎은 동자승의

번뇌만 되업어 내려오는구나

그래도

어쩐걸,

발걸음이 사뿐한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