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중복인데도
우산하나 없이 뙤약볕 아래를 걷고있는 당신은
내 친구 내 남편 우리 아버지이지요
젊다는게 아직 가질 것이 많다는 것이라면
중복날 흐르는 땀방울 조차 선물로 여기세요
꽃들이 땀하나 없이 흙속에 고개 내밀고
그 작고 여린 그늘 사이로 벌레를 숨기는데
당신이 걷는 동안 그 움직이는 그늘 사이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숨어 들지요
그 사람만큼 땀 흘려서
저물무렵이면 퉁퉁 부은 시계바늘로도 자꾸
세상은 커져 가지요
큰 세상을 살려면 중복 말복 다 비켜서
아름들이 큰 사과 한 알로 번쩍 스쳐오는 가을
이미 그대의 뙤약볕 속에 영그나니
내 친구 내 남편 우리 아버지인 당신은
오늘 중복인데도
거저 그늘에 숨지 않고 그늘을 만들며
오늘 저기 하얗게 걸어 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