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울타리가 쳐서 있는 집



꽃뱀 한 마리 탱자나무 울타리안에서
깨밭쪽으로 슬금 지나가다가
하늘로 구멍을 내며 스르륵 지나갑니다
섬짓 놀라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것도 모르고
낙동마을 동구밖 노을은 여태 붉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안에 누가 사는지 본적이 없지만
꽃뱀 한 마리 저리 아름답게 지나는 것을 보니
그립던 누이도 이 집에 살거 같습니다
낙동이 밤새 소리내어 울지않아도
갈대밭 사이 바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면
모래톱 가늘게 별이 따갑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돌아
늙은 호박 한 채 달밤처럼 익어갑니다
울타리 문 안 기침 콜록이는 노모 한 분
그리운 누이를 기다리나 봅니다
저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좋아서
낙동마을 동구밖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세상을 읽고 있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안에 누가 사는지
벌써 몇 년째 저는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