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믿는 신

김태인

그가 믿는 특별한 종교 있지

타 종교처럼 따르고 지켜야할 율법과 교리도 없어

사랑과 봉사 희생과 자비 실천하며 전파할 필요도 없지

자신 신만이 전지전능하다 믿고 있어

그의 신은,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법관을 주물러 자장면가락처럼 법 늘어지게 하고

고삐 쥔 마부처럼 대통령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들었어

실지 그 종교의 신을 부모보다 더 잘 떠받드는 나라가

지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쥐었다 폈다 하기에

일등 국민, 일류국가란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해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두 종교를 섬기고 있어

십자가 앞에 무릎 꿇거나 염주 알 굴리며 찬양하는 종교 외

절실한 마음으로 달려들어 찬양하는 또 하나의 종교

그도 태어날 때부터 신앙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고 해

치료비 없어 첫 아이를 가슴에 묻게 되면서

양심 꺼내 쓰레기통에 처박고, 자존심 찢어 도심에 내던지고, 그림자처럼

신을 쫓게 되면서 종교가 되었고 삶이 바뀌었다 하더군

검증 된 신을 선택함으로 세상 축복 다 받고 있다 믿고 있어

출가하여 대여해준 빌딩 월세 납입 영수증 처리하고

월 삼, 사회 해외관광지 다녀와 자랑하는 오남매 보는 즐거움

명의 바꿔주지 않는 한, 수택동 요지에 지을 수 없는 학교

장롱에 쌓여 가는 여러 통장이 증명한다 생각하고 있지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지 의심 할 필요도 없어

가뭄 때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바닥으로 운전대 당차게 쥐어 잡고

늙은 호박처럼 깊게 파인 이마 주름에 번지는 노을을 닦으며

오늘도 어김없이 폐지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신을 영접하러 가기 때문이야

나도 삶이 옹색해지면 배고픈 강아지처럼 머리내리고 꼬리 흔들며 신을 갈구할 때 있지

거머리와 같은 빨판이 없는 탓인지 매번 때임만 당하고 있어

광신도처럼 신을 모셔보지 못한 내가 그때마다 되 뇌이곤 해

그래, 그의 신이 나의 정신까지 살찌운다는 보장 없잖아

그래, 그의 신은 나의 사후세계를 약속 하거나 책임져 주지도 않잖아

아냐, 그래도 그의 신을 섬겨야만 이단자라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사람대접 받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