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유감/ 조행기 올리기 겁나서야


  성이 육씨 였었나? 육씨 할아버지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전주시 다가동
에서 조그마한 낚시가게를 하고 계셨었는데 그 곳에만 가면 낚시에 관한 모
든 숙제를 말끔히 해결 할 수 있었다. 요즘 인터넷마당 처럼 낚시특강도 묻
고 답하기도 쇼핑도 가능했던 그런 곳 이었다.

  가게 중앙에 자리한 묵직한 목침은 가운데가 움푹 파인체 둔탁해 보이나
날이 예리한 칼이 하나 올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봉돌을 담은 그릇이 있었
는데 대.중.소로 분류 되었을 뿐 각각의 홋수는 불분명했다.

  "찌사러 왔는데요" 하면 "몇간대여" 하시고는 "이놈 써 봐" 하시며 조개
처럼 생긴 봉돌 입에 찌물려 수통에 담갔다 꺼내 목침위에 올려 놓곤 둔탁
한 칼로 이쪽,저쪽 싹둑 잘라 다시한번 넣었다가 대부분은 됐다고, 어쩌다
는 한번더 칼이 가거나 아니면 조개봉돌 입속에 아까 자른 납쪼가리 몇잎
주어 넣고 이봉낚시 편갈라 걸쳐 뺀지로 콱눌러 주시곤 했다. 뺀지 아빨자
욱이 각인된 봉돌과 셋팅된 그 찌는 붕어,피리,빠가사리 정보를 유감없이
전했으며 저수지건 강이건 항상 낚시대에 붙어 다녔지 터따라 수심맞춰 주
야로 이찌 저찌 바꿔 쓸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수초라도 걸어 성질 한번 쓰다 보면 대나무로 만든 싸구려 대의 초릿대가
빠져나가 찌에 달려 둥 떠 있기도 하고 재수 좋아 찌는 살렸다 해도 낚시,
봉돌,니빠,뺀지 모두 갖춘 조사가 흔치 않아 여러 조사를 귀찮게 하다 귀찮
게 한 만큼 친해져서 김밥도 나누고 소주잔 주고 받으며 나누는 이야기가
조행담이고 조황정보 였으며 조행담에는 뻥이 섞이기 일수였으나 정보만은
자세하고 정확하게 전하려 땅바닥에 그리고 전봇대를 기준삼아 나무 바위
초가집이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손폰도 없었으니 터하나 잘 만나면 며칠이고 재미 볼
수 있었고 은근한 자랑으로 소문내고 다녔어도 터가 망가지거나 씨를 말렸
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 없으며 낚시금지구역이란 물이 깊어 위험하니 주의
하란 표지였지 돈 안내곤 못가는 곳, 낚시꾼은 접근도 마시라는 저수지나
금지구역을 보기 힘들었다.

  엄청난 재미를 보았으나 장소가 알려지면 폐허가 될 것이므로 알려 줄 수
없다는 조행기를 접할때 마다 서글픈 생각이 인다. 저는 했고 해도 되는데
알려 줄 수 없다, 떼거지로 몰려들어 폐허를 만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
이야 되겠지만 뭇조사를 깔보는 투의 조황기에 기분 좋을 조사가 있겠는가.
저만 터지기요 남은 터헐기란 말인가. 지금도 조사의 본분을 망각한 무리가
있기에 그러겠지만 그럼 저 혼자 할 것이지 도란 도란도 아니고 인터넷에
까지 까발릴 일이냐 말이다.

  나 어디 어디 가서 엄청 재미 봤는데 일부러 틈내어 한번 가 보시라, 그
곳은 청정계곡, 맑은 물, 힘센 붕어 노니는 터니 찌맛, 손맛은 실컷 보시되
왔다간이는 새로올이를 위하여 아끼고 보존하여 지나다니는이도 찌푸리지
않도록 함이 어떨까. 아니면 팻말 박고 판 붙여 매직펜 걸어두고 '나 여기
다녀 갔노라' 성명 삼자 휘갈기는 실명제 할까.

  장소만은 아르켜 드릴 수 없네요 인색함 훌훌털고 좋은터 만날때 마다 주
소,길 설명에 약도에 포인트 꾹꾹 찍어 우리 여기서 만나 만난이, 동네사
람, 지나가는이 함께 즐거운 낚시 한번 해봅시다. 이런 조행기 맘놓고 써도
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육씨 할아버지께서는 납 찌거기를 모으셨다. 나는 그걸 모아 녹여서 봉돌
을 만드는 줄 알았었다. 쌈지열어 가루담배 한움큼을 명함만한 종이에 말아
피우셨는데 대접 한답시고 필터붙은 담배 권하면 이걸 왜 붙여놔 빨리지도
않고 내 생전엔 안 썩는 다며, 낚시할땐 피우지마 하시기도 했었다. 지렁이
는 황토에 묻어둬 꼬들 꼬들 해야 싱싱하고 다루기 좋고 색갈이 나지, 종이
로만 싸서 팔았던 육씨 할아버지는 아마 진즉에 세상을 하직하셨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그 분을 생각한다. "우리 운암에서 낚시대회 해요 했을 때
"  "지렁이는 내꺼 써, 돈 필요 없응께 제발 청소 깨끗이하고 욕본놈 뽑아
큰상 줘" 수십년이 지났어도 다 지키지는못하지만 잊지 않고 있다.

  자연사랑, 붕어사랑, 조사끼리사랑은 기본이고 기본에 충실하면 이웃사랑
은 저절로---, 아 낚시는 사랑인걸 여기에 흠집내고 싶은자가 어디 있겠는
가, 피리란 놈 성화에 붕어놈은 인사도 안해 신경질나는 판에 빠가란 놈 낚
시 삼켜 손 찔리며 빼는 사이 낚싯대 끌어간 놈 수몰나무 걸고서 오도가도
않는 판에 에라 한대 꼬나 물은 담배꽁초가 재털이에 들어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런 날 있더라도 사랑할건 사랑하려 우리 모두 노력합시
다, 사랑합시다,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