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홀로 시조회 택일은 곡우에 내린 단비가 그치고 화창한 봄 햇살이 내려 비치는 23일로 잡고, 장소는 작년 봄 화려한 벗꽃이 아직도 눈에 삼삼한 용인의 산장낚시터로 정한 다음, 오전에 사무실일에 급한 일만 잠깐 정리하고는 용인행 지하고속도로를 거처 산장지에 도착했다.

해가 바뀐 후 처음 만나는 심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12,000평 상당의 낚시터를 한바뀌 돌아본다.상류의 방가로 좌대를 뚝방 깊은 수심으로 옮기기도 하고 오늘도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지만 주변의 순환도로가 보다 잘 정리가 된것같다. 사실 낚시터의 대부분의 좌대 앞까지 차량이 접근할 수 있도록 통행로를 넖히고 주자장을 잘 정리해둔 곳도 드물어 보인다.

아직 평일의 오전이라 조사님들의 출근 성적은 4-5명 정도다. 그런데 오늘 내가 자리하고 싶은 상류 우측 연안 방가로좌대는 이미 예약이 되었다기에 어쩔 수 없이 상류 좌측 계곡수가 흘러드는 천막좌대에 자리를 잡았다. 내 나름대로 올해는 이상 고온으로 봄이 좀 빨리 오고 있으니 여기 붕어도 이제는 비도 왔으니 상류로 몰려다닐 때가 됐겠지 하는 생각이다.

24, 27 두대에 수심을 맟추고 꽁비지찌게로 점심을 먹고는 밑밥을 천천히 던지고 있는데 맞은편 좌대에 예약 손님이 오신다.
70전후의 노신사에 동부인을 하셨다.

한 30분쯤 지났을까---아주머니께서 먼저 한수를 하신다.
난 한시간이 지나도록 아직 빈손이지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어- 메기가 걸렸어요"하는 60대의 아주머니는 앞치기로 낚싯대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내가 준척급 붕어 한수를 낚는 동안 건너편에서는 3-4수는 한것 같다.

두분께서 일차 손맛을 보신 다음이라 나란히 낚시터를 한바퀴 도시면서 봄나물을 캐신다.
"오늘 손맛을 많이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내는데---
"당신보다 내가 낫지--?" 하는 바깥양반 말씀에---
"아니요-당신은 두마리고 나는 3수나 햇는대요?"하는 집사람의 말씀--
"당신은 붕어 한마리에 메기가 두마리지 만, 난 붕어만 두수나 했으니 아직까지는 내가 낫지!"하시는 그분의 말씀에------

요즘 누군가는 집사람이 한 일이라 나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는데--
여기 노신사께서는 자신이 한 일보다 집사람이 한 일을 더욱 확실히 알고 계신다.

저녁은 집에서 준비에 오신 찬으로 좌대에 준비된 식탁에서 식사를 하신다.
두분께서는 거의 매주 한차례씩 산장지 그리고 그자대에서만 함께 외박을 하신다고 한다.

산장지에는 언제나 낭만이 살아 있고 항상 로멘스가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친구동반, 애인동반, 부부동반, 가족과 함께하는 조사님들이 특히 많이 오시는 것 같다.
전혀 오염원이 없는 깨끗한 수질, 아름다운 계곡속에 파뭍친 너무나도 조용한 정취---
---어느 누구랑 같이 있어도 그냥 정이 철철 넘칠 것 같다---아무른 욕심도 없다-----

관리소 건너편 산밑 방가로에는 두쌍의 부부가 다시 자리를 잡는다.
지난주에 대형 잉어를 두마리나 낚아서 온 가족이 보신을 했다는 60전후의 부부께서는
--저녘때까지 아직 발갱이만 두마리 잡았다고 걱정하시는 집사람께---
--내일 새벽에 큰놈이 올거라고 달래시는 바깥양반께서도 집사람 마음까지 훤이 알고 계신다.

산장지에 부부가 함께 오시는 분들은 밖에서 하는일을 안에서 모를수가 없고 집사람이 하는일을 밖에서 모를리가 없으리라.

이것이 우리의 거짓없는 행복이고 소박한 로멘스 그레이가 아닐까???

이상기온으로 벗꽃은 대부분 시들었지만 아직 산장지에 봄은 오지 않았나보다.
상류 가상자리로 -수초가로 움직이는 놈들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알들을 배속에 품고는 며칠 더 시간이 지나도록 수심 깊이 호흡을 고르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이달 말이나 5월 초에나 산란을 시작할 모양이다.

산장지는 양쪽 계곡에서 흘러드는 차디찬 계곡수에 주위보다 수온이 많이 낮은 것 같다.
며칠 후에 그동안 겨우내 일급수 얼음밑에서 겨울을 보낸 힘좋은 녀석들과의 조우를 다시 기대해 보며 오늘은 오랫만에 초저녘 맑은 은하수와 인사를 나눈 다음 붕어 5수, 메기 두수에 그나마 손맛을 보고는 시조일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