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화보는 기풍님의 추억의 조행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눈물
“아부지.. 추운데 또 낚시 가세요?”
“응...”
“아부지? 저도 가면 안돼요?”
“안돼... 넌 그만 좀 따라다녀... 너 하구만 가면 이상하게 붕어가 않나와 !?”
“그래도 아부지... 올겨울엔 얼음한번 안탔는데... 한번 타게 해 주세요”
“으휴~ 그래 가자 가... 옷 두툼하게 입고, 양말 두 켤레 신고, 내복 입구, 잠바 걸치구, 돕바도 걸쳐”
“넵!! 감사합니다” ^^
여차저차... 아부지의 끊이지 않는 잔소리를 단소리로 받아 드리면서 출조길에 올랐다.
아부진... 항상 낚시회 분들과 같이 다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그분들과 동행했고,
그 분들은 나를 보자마자... "얌마! 이젠 좀 혼자 다녀라” 하면서 빙그레 웃곤 하신다.
솔직히 그땐 제가 고등학생이여서... 낚시하는 것이 좋았고, 장소 따윈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낚시를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하여간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하니 해가 뜨려고 하는지 저수지의 시야가 어슴푸레 들어오고,
급한 마음에 내 낚시가방 매고, 아부지 낚시가방도 매고, 중류쪽 한 어귀에 자릴 잡구서...
아부지 얼음구멍 3개, 기풍이 얼음구멍 3개, 이렇게 뚫고 나니 힘은 들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부지?”
“응?”
“입질 있어요?”
“아니 없는데... 넌 있냐?”
“아뇨 없는 데요”
“어이~ 우리 다른 데로 옮기자구...” 하시면서 조우분들과 말씀을 나누신다.
또 급한 마음에 언능 짐을 챙기고... 1시간여 간 곳은 추평지? 아니면 초평지였던 거 같습니다.
골자리에 먼저 오신 조사님들은 붕어 몇 수씩 잡으신 거 같아 보입니다.
잽싸게 그쪽에다가 얼음구멍을 뚫고, 아부지 친구분들과 함께 낚시를 하는데 저만 입질이 없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아부지 전 중류쪽에 가서 한번 해볼게요”
“그래.. 거기 가서 해봐”
또다시 얼음구멍 3개 뚫고... 10여분 지났을까?
힘 좋은 8치가 지렁이를 반쯤 삼키고 이쁘게 구멍위로 인사를 한다.
또 다시 10분정도가 지났을까?
아주 느리게... 아주 점잖게 올라오는 게... 수상하다??
낚싯대에 손이 가고 절정에 오르는 순간... 챔질을 하니 무척이나 힘을 쓴다.
“아~~ 쿡~쿡~” 두 번을 밑으로 파고 들더니... 외봉인 목줄이 끊어진 것이다.
“아부지... 저 제자리에서요. 이렇게 목줄이 끊어졌어요” 하니...
“여긴 아침엔 입질 좀 있더니 이젠 없네” 하시면서... 제 옆으로 오십니다.
아버지와 저는 사이좋게... 20 ~ 30분 간격으로 이쁜 붕어와 상면하고,
정오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끓여 마시고 나니 벌써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철수를 하자고 하십니다.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낚시가방을 매고 직벽(차가 있는 곳) 지름길로 이동하다보니
얼음위에 물이 올라와 있고, 빙질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았습니다.
“아부지... 얼음이 약한 거 같은데요??”
“응... 그럼 아부지가 먼저 올라갈테니까... 넌 아부지 올라간 다음에 따라와”
“네~”
“기풍아~ 얼음이 많이 녹았다 넌 그냥 저쪽 골자리 상류쪽으로 올라와”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면서 고집을 부리며 아부지가 먼저 올라간 곳 약간의 직벽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내딛는 순간.
“쩡!~쩡!~” 두 번 울리더니 어느새 제가 물속에서 허우적이고 있었습니다.
양말 두 켤레 방한화, 솜바지 안엔 땀복, 잠바 그 위로 돕바... 얼마나 많이도 걸쳐 입었는지 자꾸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순간 아부지의 눈에서는 극도로 긴장된 표정이 보이고...
저는 오직 살아야겠다는 맘을 먹고 ‘그래 들어가는데 까지 들어가 보자, 들어가다 보면 발이 땅에 닿겠지’ 하고
한참을 들어가도 웬걸 땅은 안 딛어지고 숨만 차오른다.
솔직히 저도 많이 당황했지만... 고등학생이었고 10년간 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면위로 머리를 내밀고, 숨을 고른 다음 아부지를 보니 아부진 저에게로 오실 참 같았습니다.
“아부지!! 여기 너무 깊어요 들어오지 마세요”
“어푸~ 어푸~~”
다시한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차례대로 방한화, 돕바, 잠바, 솜바지를 순서대로 벗으니 조금이나마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부지와 저의 사이는 3 ~ 4미터 거리.
죽을 힘을 다해 옆에 얼음을 손으로 살짝 잡아당기면서 도착하니
직벽의 장석 같은 돌이 왼손 엄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붙잡혔으나...
저의 몸은 이제 얼대로 다 얼어서... 붙잡을 힘이 없었습니다.
아부진 저의 오른손을 잡고, 왼손은 부러진 나무를 잡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담배 생각이...)
제 몸무게가 82키로, 물에 젖은 티셔츠, 땀복, 양말 2개 휴~ 물속의 무게는 정말 아부지께서 버티기에는 너무 힘이 드셨을 겁니다.
아부진 조우분들께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고, 제 뒤에서 낚시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도 접근할 엄두를 못 내고, 쳐다보고만 계십니다.
손은 점점 얼어만 가고... 아부지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히고 상기된 얼굴을 보이시면서...
“기풍아~ 조금만 참어... 아저씨들이 오시니까 조금만 더 참자” 하십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5분여.
아부지의 손은 힘이 다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얼은 손으로 아부지의 손을 지탱하고 있으니...
가파른 곳에 계시는 아부지 신발이 얼었다가 녹은 진흙이 점점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었고...
이러다가 아부지까지 물속으로 빠질 것 같다는 생각에...
19살의 작은 삶에 흔적을... 빠르게 생각하고... 단호하게 ...
“아부지... 이젠 손 놓으세요”
“저 붙잡고 있으면 아부지도 물에 빠져요”
“이젠 아부지 손 붙잡을 힘도 없구요.. 왼손은 완전히 얼어서 못 잡고 있을 거 같아요...”
“이젠 놓으세요....”
아부지의 눈에선 오후 햇살에 반사되어... 하얀 별빛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기풍아..”
“아부진 괜찮아...”
“조금만 참자...”
“아부지... 그냥 놓으세요...”
말을 하고 물속에서 위로 쳐다보던 나의 머리를 남은 힘껏 들어 정중히... 아주 정중히... 목례를 했습니다.
... 그리고 손을 놓을 순간!!
어디서 언제 왔는지... 주황색 옷을 입은 119 아저씨 2분이 오시더니 밧줄을 던지면서 “이거 꼭! 잡아요!! 놓치면 죽어요!!”
아부지, 구조원 2분이서 저를 있는 힘껏 직벽 1미터 위로 끌어 올립니다.
여기저기서 상황을 지켜보던 분들은 박수를 보내오고, 아부지와 전 뜨겁게 포옹을 하고... ㅎㅎ
이제야 제가 지금 이 순간에 글을 쓰면서도 조금은 슬픈 추억이지만... 웃어봅니다.
아부진 저에게...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살 빼!! 임마!!” 라고...ㅎㅎ
저는 얼은 몸을 녹이기 위해 10년 동안 배운 하드트레이닝을 몇 번 합니다.
주위에선 “저놈 이상한 놈이네” 하면서 쳐다보시고, 구조대원 아저씨들도 웃고, 아부지 입가엔 살짝 하얀 미소가 보입니다.

모두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너무나도 긴 20년 같은 20분의 일들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27살... 이젠 아부지하고 년 중에 낚시 같이 갈 날이 별로 없습니다.
무릎과 허리 때문에 고생하시는 아버지...
낚시를 같이 가면 아부진 항상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십니다.
노지에서 낚시를 하면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다보니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가끔 아부지하고 낚시 가서 그때 일을 기억하곤 합니다.
아부지...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좋아하시는 낚시도 오래오래 다니세요.
아부지께서 저 기풍이 어렸을 때 말씀하신 거 꼭! 지켜 드릴게요.
충주댐 어귀에 상추, 파, 감자 농사지으시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상쾌한 아침에 꼭! 낚싯대 드리우도록 하겠습니다.
아부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부지 사랑해요~♡
- 2002년 7월 23일... 기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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