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 단 잠과 기다리기 지루한 찌올림
잤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 것도 생각치 않고 그냥 잤다.
팔봉서 철수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는 대로변에 차를 대놓고 잠을 잔 것이다.
기사도 써서 자료를 올려야 하고, 다음 출조지를 선정해야 하고, 여기저기 연락도 해야하는데,
무작정 자버렸다.
간간이 들려오는 귀찮을 정도의 전화벨소리는 무시해 버리고^^, 그렇게 잔 것이 장장 3시간 가까이..
때론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모든 것을 망각한 채 잠을 자버리는 것도 쌓인 피로와 잡념들을
해소시키는데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안개가 자욱한 항곡지 전경

제방 석축 바로앞에도 말풀이 자라고 있네요!!
당진권에도 출조지가 마땅치 않다.
대호만이라는 거대한 낚시터가 버티고 있지만, 여름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였고, 지금도 그나마 나오는 곳은 전부 보트를 타야하니....
당진 서해안첫낚시에서 이곳 저곳 조황을 확인해 보고 선택한 곳은,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있던 항곡지.
상류에 축사가 있어 물의 오염도가 심각해졌고, 붕어도 잔챙이 일색이라 잘 찾지 않던 곳이다.
제방에서 상류쪽으로 올라가면서 살펴보니, 중상류부근부터는 마름이 뗏장수초와 함께 짙게 깔려 있어
마땅히 스윙낚시할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차를 돌려 제방 무너미쪽의 상태를 살펴보니, 중하류지역까지 적어도 10여 자리가 눈에 띈다.
상류의 축사가 없어져서 인지 물은 맑고 수면은 잔잔하기만 하다.
연안으로는 새우가 슬금슬금 기어다니고, 마름과 말풀이 적당히 수면을 덮고 있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바람 한 점없는 저수지에는 오직 실시간팀 뿐.
적막과 고요를 깨는 것은 오직 낚시대 휘두르는 소리와 미끼가 수면을 파고드는 소리 뿐,
평화롭기 그지없다. 붕어만 나와준다면^^
이제 얼마남 지 않은 떡밥낚시 시즌.
밤톨만하게 던지던 밑밥질도 오늘은 거부하고 싶다.
떡밥을 팥알의 1/2만큼 조물락거리다 바늘에 달고 귀찮은 듯이 앞치기를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출은 언제 어디서 봐도 멋있죠?

가을을 대표하는 코스모스가 활짝~~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붕어의 입질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얌전히, 아주 천천히, 찌의 시작에서 몸통부분까지 올라오는데 최소한 10초는
걸리는 것 같다.
슬그머니 낚시대를 드는 정도의 챔질에 붕어는 좌우로 휘젓고 다닌다.
불과 5치짜리가..... 찌맛 손맛을 다 안겨준다,
다시 미끼를 달아 채비를 던지자, 이번에는 좀더 느린 동작으로 찌를 올린다.
그리고는 또 다시 좌우로 휘젓고, 아까보다 조금 큰, 7치 채 못되는 20센티 가량의 붕어가 반긴다.
필자 자리의 수심은 1미터 50정도, 그러나 독사의 자리는 이보다 깊은 2미터를 훨씬 웃돌고
있었기 때문에, 찌올림 역시 훨씬 뛰어나다.
이게 낚시의 참맛인데...
차소리 하나 안들리는 조용한 분위기, 바람 한 점 없는 포근한 날씨,
하늘에 별이 총총, 금방 물위로 내리꽂을 것 같은 정겨운 이 시간에,
붕어마져 이처럼 예쁘게 입질을 해주니^^

제방에서 바라본 독사의 낚시자리...무너미 바로옆

제방에서 볼때 좌측 첫번째 골에 자리한 지롱씨와 월맨

모닝커피를 준비하고 있는 월맨..
뜰채로 바로 앞의 바닥을 긁으니 새우가 한 웅큼이다.
이번에는 새우다.......
그런데 새우의 입질은 정말 성질 급한 사람 낚시대를 들고야 말 정도로 느릿느릿 올라온다.
한참을 예신으로 소비하고, 한참을 본신의 1,2단 입질로 소비하고,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몸통까지 뽑아주는데, 단지 씨알이 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가 한다.
한참 낚시에 미쳐 이책 저책 읽을 때, 밤이 되면 잔챙이의 입질이 줄어들고 씨알이 점점 굵어 진다는
글들을 많이 접하고, 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은 그러한 통설이 하나도 안 맞는다.
밤이 깊어져고 잔 씨알이, 새벽에도 잔 씨알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미끼를 붙잡고 통사정^^을 하는
통에 짜증이 난다.
다만 이곳 항곡지에서, 바로 이 시간에는 찌올림이라도 만끽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새벽에 도착한 한 팀의 얘기를 들으니, 이 곳 항곡지는 현재보다 물이 1미터정도
더 빠져야 씨알굵은 녀석들이 나온다는데, 추수도 진행중이고 언제 물이 빠질까?
언제는 물이 너무 빠져 걱정을 했는데.....

시간을 아끼기위해 식당에 들어갈때도 컴퓨터를 들고...

무너미에 이불이...누군가 주무시고 가신것 같은데!!

독사가 잡은 6치 붕어...잘가라 담에보자!!

지롱씨가 잡은 7치붕어와 독사가잡은 6치붕어

독사의 살림망...4~6치급으로 10수정도
철수길에 확인한 바로는, 대호 사성수로쪽에서의 보트낚시에서 월척이 여러마리 나왔다고 한다.
연안의 조황은 저조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수초치기를 해야 할 시기인가?
글쎄...
아직 오늘의 항곡지처럼, 붕어가 심심찮게 나오고, 분위기만 잘 조성되면, 굳이 큰 붕어를 원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항곡지 취재종합]
*일 시 : 2000년 10월 6일(금) - 7일
*장 소 : 충남 당진군 항곡지
*날 씨 : 매우맑음
*취 재 : 실시간지독한 팀
*포인트 : 제방 무너미에서 상류로 30미터 부근
*채 비 : 원줄 1.5호/목줄 0.8호/붕어바늘 4호
*미 끼 : 떡밥, 새우
*조 과 : 최고 7치, 이하 잔챙이로 20여수 이상
*기 타 :
-새우는, 잔것은 그대로, 큰 것은 머리를 벗겨 사용
-전체적인 입질이 시원하기 때문에 성급히 챔질하면 오히려 헛탕이 많음
-집어를 위해 헛챔질이 필요없음. 바로 콩알낚시로^^
-수심이 상류방향에서 하류방향으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음
-밤이 깊어가면서(22:00정도) 입질이 점차 까다로워 짐
조용한 항곡지를 소개해 주신 당진 서해안첫낚시 사장님 감사합니다.
항곡지의 조황에 대한 문의사항은 당진서해안 첫낚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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