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 입큰 추억의 이야기 #1 > 추억의 이야기 [2012.02.20]      [이미지만보기]

* 본 화보는 스톤헤드님의 추억의 조행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향어바늘 15호?!


어느 때인가 이미 기억에도 아련한 그때의 상황이 불현듯 떠올라 그때의 아픈 기억과 입이 찢어지는,

모두가 놀랄만한 대박을 터드렸던 지난 추억의 한 자락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990년인가?? 하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머리가 워낙... 그래서 가물가물 하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때의 아픔이 떠올라... 글로 옮겨 봅니다.


그때는 제법 큰 회사에서 근무하며 3교대근무를 하였기에 낚시를 즐기는데 그리 지장을 받지 않았고,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가까운 저수지며 수로에 두루두루 들러 손맛을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워낙 낚시를 좋아하다보니 회사의 낚시회 말고도 과에서 자체낚시회를 조직해서 가까운 곳이 아닌 원거리낚시를 다니곤 했었습니다.

잠시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그해 6월쯤의 어느날 조근출근을 하는 길에 갑지기 낚시생각이 나는 것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 길로 회사를 지나쳐 지금의 낙생저수지(고기리)로 나의 애마(프레스토 아맥스)는 거침없이 달려 어느새 제방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매고 제방 쪽으로 올라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포인트는 이미 다잡고 앉은지라

어쩔 수없이 무너미 중간의 무릎까지 빠지는 장소에 낚싯대를 펴고 서서 낚시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의 낙생저수지의 관리비는 5천원이었고, 무지막지한 향어들이 그야말로 억수로 나올 때였습니다.

헌데 워낙 자주가고 밤에 도둑(?)낚시를 하다가 몇 번 싸운 이후로는 요금징수도 안하고 해서

미안할 때는 일부러 한 번씩 불러서 요금을 자진납세하는 정도였지요.







무너미 중간에 자리를 잡고, 2.5칸대 한 대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렇게 딱한 일이 있나...

모두들 편하게 좌대에 앉아 연실 걸어내고 있는데 무릎까지 빠져서 그것도 서서 낚시를 하려니...

거기다가 밑밥을 줄만큼 줬음에도 찌는 뿌리를 내렸는지 전혀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그렇게 10시쯤 되어 담배를 한 대 붙여 깊이 빨아들이는데...

"덜~커덕!” 소리와 함께 2.5칸 낚싯대가 사정없이 끌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 소리와 동시에 내 몸은 비호(?)같이 물살을 가르고 낚싯대를 향하여 앞으로! 앞으로!

물찬 제비 목욕하듯 낚싯대를 향하여 수영솜씨를 발휘하는데 낚싯대가 눈이 달렸는지 다가가면 달아나고, 다가가면 달아나고,

몇 번의 힘빼기작전에 숨은 턱에 차고 물을 두어모금 먹은 후에야 낚싯대를 잡을 수 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보태서 안간힘을 쓴 후에야 간신히 뭍으로 나올 수 있었고...

나오자마자 어떤 놈인지 얼굴을 보고자 대를 들어보니 2kg쯤 되는 향어였다.

그놈도 워낙 지쳤는지 얌전히 누워있었기에 순간 방심하고 몸통을 잡아 주둥이에 걸려있던 바늘을 빼려하는 순간.

“퍼~드득~”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번쩍한다.

“으~~~ 이런!”

향어 주둥이의 바늘을 빼려는 순간.

얌전히 누워만 있던 향어가 놀라 용트림을 하며 나머지 바늘 하나가 왼손 중지손가락 가운데를 깊숙이 파고들어 버린 것이다.


혼자서 배우고 익혀온 낚시였기에 지금도 채비가 무식(?)하지만 예전의 나의 채비는 무지막지한 채비였다.

튼튼하게만 하는 채비에 제대로 혼이 나는 날이었다.

향어 15호 바늘을 어떻게 해서든 빼내야했기에 아픔보다는 빼는 것이 급선무...

이리저리 빼려 해도 아픔만 밀려올 뿐 도무지 빠질 것 같지 않았다.

피는 줄~줄~ 쏟아지고, 이마에서는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욱신욱신 쑤셔온다.

혼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주위의 조사님께 도움을 청해 보지만 고개를 저으며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주사인데...' ㅜㅜ

‘병원엔 죽어도 못가!...’


왼손에 힘을 주고 오른손에 니퍼로 바늘을 잡고 잡아 빼니 고통 때문에 왼손이 버티질 못하니...

할 수없이 니퍼를 가지고 뒷산자락으로 가서 나무에 왼손을 올려 버티게 하고 니퍼로 바늘을 물고 두눈 질끈 감고 잡아 재꼈다. ‘으~’

“억!~~~ 휴~~ 우~”

빠졌다! 바늘이 빠진 것이다.






다행이다 싶어 내려오니 손가락에서 피가 줄~줄 쏟아진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회사도 재끼고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지독한.^^)

북새통에 낚시자리가 엉망 어분을 개기위해 물을 넣는데 물빛이 빨갛다. 으~

대충 개어놓고, 바늘을 다시 묶고, 열 받은 김에 2.5칸대 한 대를 더 펴고, 어분을 달아 던지기를 몇 차례 하고나니 드디어 입질이 붙었는지 잘나온다.

크기는 2kg급으로 고르게 나온다.

아니 들어가서 찌가 선다싶으면 여지없이 솟아올라 벌떡 자빠진다.

두 대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한 대는 접었고, 한 대만 가지고 하는데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입질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늘이 바닥에 닿았다싶으면 '하나.. 둘.. 셋!' 하고 챔질만 하면 여지없이 걸려 나오는 것이니...

그것도 교통사고(?)도 아닌 정확히 후킹이 되어 윗주둥이 가운데를 꿰뚫고 달려 나온다.

불과 1시간 남짓 걸어낸 향어가 적지 않은 살림망의 목까지 올라오고...

팔은 뻐근하고, 팔목은 욱신욱신... 이제는 낚시하는 재미가 없어진다.

주위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낚시꾼들은 어느새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하나둘 내 곁으로 모여들고,

어느새 내 찌 옆으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던져 넣기 시작한다.

‘으~~끄~을~음....‘


“퐁당! 퐁당!”

이건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내가 잡아내면 그사이에 서로 던져 넣으려고 난리부르스 추다가 서로 엉켜서 인상을 쓰고... ‘쓰벌~ 쓰벌~’

서로 줄이 엉킨 사람들은 뒤에서 엉킨 줄을 풀며 네가 먼저 넣었니 내가 먼저 넣었니...

또 다른 사람들 그 자리에 다시 던져 넣고...

내가 떡밥 달아 던지려하면 던질 곳이 없어 쳐다보면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빼내고...

어떤 사람은 그 난리 중에 내 자리에서 한참을 담구고 있어도 줄서서 기다리던 향어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지 나오지를 않고...

내가 던지면 바로 찌가 솟아오르고...

그러니 모여는 들었어도 열만 받고 나오지는 않으니 악다구니만...


깊은 상처가 어느덧 아물어 피는 멈추었지만 손가락은 퉁퉁 부어 감각이 없다.

그래도 연신 나오는 맛에 아픔을 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잡아놓은 향어가 어느새 한 살림망을 넘어버려 마대자루까지 주워 담아 넣은 것이 가~득했으니...

어느덧 개어놓은 어분을 다 쓰고 얼마 남지 않아 새로 개려하니... 이젠 귀챦다.

그렇게 오후 3시까지 잡아 놓은 향어는 살림망 가득 하나에 큰 마대자루 하나 반.






어분을 다 쓰고 낚싯대를 걷어서 나오려니 양옆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싸움이 붙어 버렸다.

이분(?)가시면 자기가 하려고 벌써부터 내려와 기다렸다느니...

또 한 사람은 당신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여기에 와있었다느니...

양 옆에서 내 낚싯대도 던질 곳 없이 만들던 사람들이 철수하려하자 내 자리를 차지하려 싸움이 붙은 것이다.

괜히 성질이 났다.. 거기다가 한 사람이 내게 묻는다.

“아저씨~ 내가 먼저 왔죠?”

“???”

... 속으로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싸우지 말구 둘이 짱깨미 허셔!”


물가에 대고 마대자루를 거꾸로 들어 쏟아내니 내가 봐도 놀랍다.

이렇게 많은 줄은... '우~ 루~ 르르르~' 쏟아내고, 다음 마대자루를 잡는 순간.

한 사람이 내게...

“쏟아 버릴 거면 나 주시지요” ^^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싫은 데요“

마저 쏟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살림망까지 들어 쏟아 붓고 나니 후련하다.

옆에서는 모두들... ‘어~휴~ 어~휴~’

대충 어림잡아 봐도 한 150 ~ 200마리쯤 되어 보인다.

밖으로 나와 앉으니 그제서야 온몸이 뻐근하고 팔다리가 아프다.

아까 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담그는데 그 이후 단 한 마리도 나오지를 않는다.

한 20여명이 편한 좌대 다 버리고 거기에만 붙어 앉아있는 것을 보니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손가락을 치료하고, 다음날 출근을 하니 난리가 났다.

어제 결근하고 간 낚시에 대박이 터지는 바람에 그곳 랜트카 사무실의 근무자들이 나를 알아보았고,

같은 근무자인 친구들에게 내가 대박 터트린 것을 말하는 바람에 소문이 퍼져버린 것이다.


사무실서 전화가 왔다.

“잠깐 부장실로 오세요”

가보니 이미 다 알고 있는 눈치다.

“어제 왜 출근 안하셨어요?”

“예? 저...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고향에 좀 갔다오느라 출근을 못 했습니다”

“장영갑씨는 고향이 고기린가...?”

“충청도 조치원이라며 언제 고향 옮겼어요?”

“고향가서 집안사람들 많이 잡았(?)다며?”

“.......”

“죄송합니다...”

“.......”

“시말서 고기 잡은 만큼 써서 제출하세요!!“

“예....”


아~~ 그리하여 꿈은 사라지고, 쓰리고 아픈 현실 세계의 아픔을 맛보게 되고...

그 무식한 향어바늘 15호에 찍혔던 그 손가락은 덧이 나서 한동안 고름 짜내며 땡땡이의 모진 댓가를 치루게 되고야 말았으니...ㅜㅜ

벌써 십여년이 지났건만 그때 생각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오른손 중지손가락을 조심스레 감싸게 됩니다.

헤헤헤...^^


이상 재미없는 추억의 한 자락이었습니다.

어복 만땅으로 넘치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 2002년 4월 22일... 스톤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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