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 입큰 화보조행기 #14 > 충남 아산 봉재지 [2003.05.27-28+]      [이미지만보기]


낚시=忍耐라 했거늘 ㅠㅠ


꼬박 새웠다.

동지날보다는 짧지만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홀로 지내야 했던 그 긴 긴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일부러 불을 밝히지 않은 채 밥을 먹어가면서 준비를 했던, 허무맹랑한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서 지루한 새벽까지 보고야 말았다.

그러나...

철수를 결심하고 짐을 챙겨 배를 기다리는 순간,

바로 그 순간부터 붕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방쪽에서 상류를 바라보고...




상류에서 제방쪽을 바라보고... 광활한 저수지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녹화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오후 5시까지는 도착할 것이라는 약속을 보기 좋게 어기고,

막히는 서부간선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단숨에 달려 7시가 넘은 시간에 겨우 봉재지에 도착을 하였다.

봉재지에서 바라다보이던 해는 이제 막 서산을 넘어가고 있는 시간, 서둘러 낚시가방을 배에 싣고 혹시

어쩔지를 몰라 이곳 저곳 셧터를 눌러댔다.


중류에서 상류로 이어지는 각 좌대의 앞에는 갈대와 마름이 우거져있어 채비를 넣기는 그리 쉬워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그 틈새로 채비를 담그고 올라오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중상류쪽의 좌대에 올랐다.

전면에는 다른 좌대와 마찬가지로 마름이 밀생하여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연안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점,

이것이 약간 마음에 걸려 다른 좌대를 타려고 했지만, 늦은 시간 사장님에게 미안한 감도 있어

그대로 눌러 앉기로 했다.




제방 좌측 최하류권 좌대들. 이쪽의 조황이 훨씬 나았다




제방 우측 최하류쪽에서 낚시중인 현지인이듯한 사람들. 밤에는 제법 나왔단다


수심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찌에 불이 들어와야 할 정도로 어둠이 급습하였고, 수면에서는 뭔지 모른 잔챙이들이

수많은 파문을 일으키며 떼지어 다니다 점프를 한다.

그리고 연안 가까이의 수초가 흔들리면서 간혹 뒤집는 소리가 들리고, 잠자리를 찾는 것인지 왜가리 한쌍이

눈앞 갈대숲 언저리에 안착을 한다.

이제부터 나만의 시간....

노래를 부르고 고기를 잡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오직 나만의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다.

단 의무감이 있다면 취재를 왔기에 붕어를 잡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해가 뜨자마자 저녁에 못찍은 사진을

더 찍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바로 옆 좌측좌대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들이 큰소리로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들어보니 수초가 많아 채비가 잘 안들어 가기 때문에 좌대를 뒤로 빼달라는 모양인데,

아마도 너무 늦어서 좌대를 이동시킬 수는 없고 다른 좌대로 권유를 한 모양이다.

짐을 꾸리고 배에 오르는 것을 곁눈으로 보았는데 금새 내가 탄 좌대가 흔들린다.

"식사하세요!!!"




관리소 바로 왼쪽의 잔교식 좌대




관리소 맞은편 연안 좌대




봉재지로 들어서면서 좌측 아래에 늘어선 접지좌대들




연안으로 바짝 다가서있는 좌대들




제방 좌측 중류권에 놓여져 있는 좌대들




숲속을 보고 낚시를 하는 색다른 매력이 있답니다


제방 오른쪽 도로변을 바라보고 낚시를 했다면 여기저기 불빛들이 시야에 들어왔을 것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도 있고, 지나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도 있고, 드문 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 불빛도

있으련만,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침 해가 올라오기 전에는 불빛을 보기 힘들게 생겼다.

다만 왼쪽 우거진 나무뒤로 은은하게 가로등 불빛이 새어 나올 뿐...

혼자 낚시하는 상황에서 굳이 방에 들어가 청승맞게 밥을 먹을 필요없이 그냥 낚시를 하면서 먹자는 생각에

랜턴도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더듬 더듬 반찬을 알아맞춰가면서 저녁밥을 먹었다.

조금 질긴 것은 돼지고기,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것은 어묵, 그리고 차갑고 아삭아삭한 느낌과 약간 매운 맛이

나는 것은 김치^^, 이렇게 어둠속에서 젓가락질을 하면서 반찬을 감잡고 음식을 씹는 맛도 색다른 느낌인걸?

이때까지 잡은 붕어는 5치급 두 마리...

하지만 약간의 포만감과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는 관계로 조과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이상스런 입질들...

그리고 밤이 깊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수면에 닿자마자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잡어들의 공세,

그런 와중에 올라오는 5치에서 6치 정도되는 붕어들에 이제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낮 최고기온이 올들어 가장 높은 29도였기 때문일까?

보통 한낮의 해가 유난히 뜨거우면 밤늦은 시각까지 잡어들이 설치던데,

아마 오늘이 그런 날인가보다 하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긴 했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밤의 1/3을 채우고 나니

슬슬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부터 적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

우선 밤시간이라 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우선 낚싯대의 길이부터 바꿔볼까?




봉재지 각 좌대에는 이렇게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어 파라솔이 필요없다




봉재지를 찾은 낚시인들 모습


처음 사용했던 2.5칸의 낚싯대를 얼른 집어 넣고 밑에서 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2칸대를 조립하고

다시 찌를 맞추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첫 투척을 하는 순간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름아닌 수면 착수후 불과 2초도 안되어 미끼를 다 빼았기고 만 것...

그래? 이번에는 미끼에 변화를 줘볼까?

남은 미끼를 손으로 부수고 미립자가 되게 한 다음 조금 씩 수면위로 뿌려주고(잡어들이 부상한 미끼를

따라 다른 곳으로 가라고...ㅠㅠ)어분과 지참한 미끼중 비중이 가장 무거운 밑밥을 반죽하여

다시 투척하자 미끼가 순식간에 떠~엉 하니 바닥에 닿는다.

하하하 자식들, 워낙 빠르니까 먹을 시간도 없지? 자 이제부터 낚시시작이닷!!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바닥에 안착한 미끼도 여지없이 뭔지 모른 녀석들의 안주거리가 되고 마는데,

그나마 불안정한 찌놀림 중에서 똑똑한 놈을 겨냥해서 챔질을 해보면 3치에서 6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으이구 정말...

너희들 언제자니?

이녀석들 계속 이런다면 다음에 올 때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다 갈아서 밑밥에 섞어놓는다!!!

그러나 벌써 새벽 2시다.ㅠㅠ




새벽에 뜨는 달 ㅠㅠ(노출 30초)




필자가 낚시한 좌대 앞 전경. 다른 곳보다 연안에서 멀다


다시 낚싯대를 2.3칸으로 교체한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상황을 반복하다가는 2.7칸으로 다시 교체...

또 같은 상황을 반복하다가는 다시 3.0칸으로 교체...

그리고 가지고 간 미끼를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묽게 개었다가는 단단하게 개어보고,

크게 달았다가는 녹두알만하게 달아보고, 동일한 미끼를 양바늘에 달았다가는 다시 짝짝이로 달아보고

아닌 말로 사람죽이는 일 말고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야속하게도 나오는 씨알은 모두 6치를 넘지 못하고 만다.

아!!!

이대로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아냐, 명색이 입큰붕어에서 취재를 왔는데, 그리고 엊그제만 하드라도 이자리가 잘 나오던 자리였다는데

포기할 수 없지. 그래... 항상 낚시터 사장님이 권해주는 자리는 앉지 말자 그랬잖아 궁시렁 궁시렁 ㅠㅠ


4시반 정도에 앞을 보니 뭔가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카메라를 꺼내들고, 개벽의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보려 기다리고 있는데,

어라?

이게 뭐야?

실눈이잖아?

그래...

정말 실눈같은 초생달이었다.

아니 달이 왜 이시간에 뜨는 거야? 바보같이...

한시간 뒤면 '해'라는 놈한테 금새 먹혀버릴텐데... 쯧쯧쯧

그래도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 몇 커트 찍고서 다시 낚시를 시작하려는데 이제는 서서히 찌톱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갈대숲과 왼쪽 나무속에서 밤새도록, 아침까지 격렬한 산란이 이뤄졌다




산란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왜가리가 있다




뭔가를 보고 급히 돌아서는데... 이자리가 아침에 입질을 시작한 자리


이시간은 출조를 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시간, 아무리 녀석들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다 하드라도 이시간만큼은

꼭 식당을 찾으니까 분명 밤을 꼬박 새운 보람을 찾을 수 있을거야 하는 기대감으로 다시 낚싯대를

2.6칸 정도로 바꾸고 밑밥도 신선한 것으로 교체하였다.

밤새 이리저리 불던 바람이 해가 오르면서 갑자기 조용해졌다.

미친듯이 사방팔방으로 불어대던 바람은, 개벽을 알리는 까치울음소리, 왜가리울음소리,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를 자장가로

착각한 양 조용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찌의 움직임도 선명하다.

분명 뭔가가 나를 기다릴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평균작?은 하겠지 하는 마음에서 다시 열심히 낚시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단지 시야에 들어오는 나무우거진 연안의 갈대와 나무아래서 격렬하게 산란을 하는 대물들을 바라보며,

'처음부터 조금더 연안쪽으로 붙을 걸'하는 후회감만 앞선다.

이제는 단오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대로 제대로 된 붕어가 나올 때까지 못먹어도 '고!'를 하던지,

아니면 일찍 철수를 해서 얼른 기사쓰고 못 잔 잠이나 실컷 자든지...


선택은 '후자'를 택했다.

느릿 느릿, 약간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홀로 아기자기하게 보낸 지난 밤이 가슴에 남아 그리 서운하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짐을 챙기고 있는데, 바로 왼쪽 좌대에서 누가 소리지른다.

"잘 나와요?"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

어디를 가나 낚시를 하는 중이면 지나가는 낚시인 아닌 행락객도 물어보는 말, 잘 나와요???

"아뇨? 나오긴 나오는데 씨알이 너무 잘아요"

"저희도 다른 좌대에서 밤새 꽝치고 한 번 옮겨 본겁니다"

그 좌대는 어제 밤, 다른 일행이 채비가 안들어간다고 옮긴 좌대인데...

그러나 저러나 철수를 결심했기에 짐을 다 꾸리고 배를 부른다음 좌대를 어슬렁거리며 피사체를 찾고 있는 순간,

어? 이게 뭐야. 붕어가 나오잖아? 그것도 팔뚝만한 녀석이...ㅠㅠ




취재진을 태우러 오는 배. 좀 천천히 오세요ㅠㅠ




취재당일 조과 스케치




앗! 제방에서 낚시하시면 안되는데... 그래도 한 수^^


그랬다.

방금 도착한 왼쪽 좌대에서, 동쪽방향을 보고 낚시를 했던, 어제 채비가 안들어간다고 궁시렁 거렸던 이의

자리에서 붕어가 나온 것이다.

"작지요?" 조금은 기죽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아뇨? 이만해요" ㅠㅠ

그 사람이 가르킨 이만하다는 바디랭귀지는, 왼손을 들고, 오른손으로 왼팔 팔목을 잡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이 뿐인가?

두 마리를 연속을 잡는 것을 보고 일단 철수를 하여, 사장님과 함께 배를 타고 다른 좌대를 둘러보았는데,

다행인지(본인의 입장에서는...^^) 불행인지, 이전 취재때보다는 많은 양의 붕어를 잡은 사람은 없었다.

평균으로 말하자면 10에서 20여수 정도? 그러니까 전날의 조황보다는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 기가막힌 것은, 바로 옆 좌대, 막 도착한 사람들 자리에서 7시 반 정도 입질이 시작된 것을

확인할 때만 해도 그자리에서의 행운이겠지 했는데, 사진을 찍으러 제방 왼쪽 최하류쪽으로 가서는

완전 까무러칠 뻔 했다.


파라솔을 치고 낚싯대 3대로 낚시중인 친절한 아저씨와의 대화.

"잘 나오네요..(금방 걸어오다 한 마리 잡는 것을 보았고, 살림망을 얼핏 보니 근 20여수 들어 있었다)"

"예... 밤새 3마린가 잡았는데 조금 전부터 찌가 서지 않을 정도로 입질이 오네요"

헉!!!

그럼 봉재지의 어제오후부터 오늘 정오까지의 입질스케쥴은 오늘 아침 7시가 넘어서로 예약이 되어 있었단 말인가?

이런 참을성없는 녀석같으니라고...

축처진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에도 그 친절한 아저씨는 또 한 놈을 걸고 실강이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안을 한숨에 무너뜨린 아저씨. 사정상 다리의 xx은 모자이크처리




낚시와 바둑. 뭔가 일맥상통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뭐하세요? 보면 몰라? 낚시하지


예전에는 자세히 보지 않았던 탓에 잘 몰랐던 부분인데,

봉재지의 각 좌대위치는 정말 낚시인이 아니더라도 쉬이 포인트라 짐작할 만큼 좋은 자리에 놓여진 것 같았다.

연안에서 불과 4-5미터, 또는 5-6미터 떨어져 있고, 바로 앞에는 마름과 갈대가 어우러져 있으며,

그 너머로는 숲이 우거져있어 신록을 느끼며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마도 제방 우측으로 나있는, 아산에서 둔포까지, 또는 둔포에서 아산쪽으로 가는 길에서 언뜻 보는 사람은

이런 절묘한 정경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단지 길가에 위치한 어쩌면 텃세강한 낚시터로만 보일 뿐...


참을 忍字 셋이면 살인도 막을 수 있다했다.

낚시를, 낚시하지 않는 이에게 말할 때에 '낚시는 곧 忍耐요 기다림이다'라는 말도 간혹 했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말을 망각한 바람에 완전히 鳥됐다.ㅠㅠ




나무그늘이 시원한 봉재지 진입로 전경


[봉재지 취재종합]

* 일시 : 2003년 5월 27일(화) ~ 28일(수)

* 장소 : 충남 아산 봉재지

* 취재 : 지롱이

* 날씨 : 맑은 가운데 밤새 바람이 왔다 갔다 함

* 포인트 : 제방 좌측 중상류 좌대(동쪽을 바라보고 앉음)

* 조과 : 5치에서 6치사이로 50여수(7치도 한마리 있었음 ㅠㅠ)

* 미끼 : 섬유질 미끼 + 집어제, 어분 등 시중에 파는 떡밥 중 종류별로 다~

* 채비 : 원줄 1호, 목줄 0.6호, 미늘없는 3호바늘

* 낚싯대 : 2칸에서 3칸까지 6번교체

* 조황 :

   - 제방 좌측권 중하류지역의 조황이 좋았음

    - 아침 7시가 넘어 전체적으로 입질이 활발해지고 씨알이 굵어짐


*** 금일 취재에 협조해 주신 봉재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봉재지 조황문의 : 041) 531-3196



* 찾아가는 길


취재 - 지롱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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