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에는 아직도 붕어가

매서운 강바람의 기운이 두꺼운 방한복 속의 구석구석까지
깊숙히 헤집어 파고드는 듯한 겨울의 댐낚시..
초저녁 기온이 다르고, 밤 10시경 기온이 다르고, 자정무렵의 기온이 다르며,
새벽이 다가 올수록 시시각각 달리 느껴지는 체감온도에 몸서리 쳐지는 겨울 낚시..
고행과도 같은 겨울낚시를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을 했었기에 한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상태였지만,
추운 겨울에 오히려 운이 좋으면 덩어리 떡붕어들의 마릿수를 구경 할 수가 있다는 비밀스런 정보를 접하고,
아는 사람만 조용히 다니는 소양댐 추곡리에..
저도 지난주에 모처럼 용기를 내어 봅니다.

텐트속의 조그만 손난로에 의지한 채 언손을 녹여가며..
머리도 식힐겸 주말에 소양댐 추곡에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현재 소양댐은 만수위 수준이라 추곡 초입까지 물이 차 올랐습니다.

비록 장엄하게 피어 오르는 물안개는 아니지만..
나름 추곡의 맑은 아침공기를 가르는 물안개에 심취해서
지나간 생각들을 반추해 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 봅니다.

구름에 가려졌던 아침해가 오늘은 늦게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늦은 밤에 들어와서 밤새 열심이던 강건너 조사분은
아침이 되자 휴식에 들어갔나? 봅니다.

가끔은 아침낚시를 팽개치고, 그리고 새벽녘의 절정의 추위도 잊은채..
이리저리 분위기 담기에 빠져듭니다.ㅎㅎ



맨 좌측 텐트가 제 것입니다.
그리고 조우 두분의 자리

첫날 금요일 저녁은 심한 바람에 조황이 없었지만,
토요일 저녁에 수심 4미터권의 아주 가벼운 바닥 채비에서
우리 일행에게 30cm 전후의 떡붕어가 3마리나 마중을 나와주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붕어를 보았다는 자체가 기쁨이기도 하지만,
추워도 낚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가능성을 본 것 같아서 더욱 기쁩니다.
삭막한 계절에 허(虛)한 마음을 붕어가 달래어 주듯이...

조우분은 저녁 8시 경에 1마리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두마리를 조우분이 잡으셨습니다.

일행에게 총 3마리의 붕어..
비록, 일행분이 붕어를 잡았지만, 저는 단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른 아침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낚시터 총무님의 뱃길따라 흘러 다니는 물결자리는,
수면위로 떠다니는 후조(候鳥)와 함께 금새 다가와선 사그라지는 물안개가
한편으론 자칫 비장미까지 들게 하지만,
지난 시간의 추억을 잊게 해주는 날카로운 연흔의 흔적에 몸서리 치다가도,
다람쥐 챗바퀴 돌듯하는 일상으로 빠지고자 귀경길에 오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