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강풍속에 맞은 붕어벼락
토요일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하면 10시 반이면 영천에 족히 도착하겠다 생각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보니 시계는 이미 토요일 아침 10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뿔사..
금요일 밤의 불면이 결국 깊은 새벽잠에 빠지게 만들었나봅니다.
화들짝 놀라 이내 잠을 떨쳐버리고 서둘러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니 10시 반.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했던 때문인지 해가 중천에 떠있는 그 시간에도 경부고속도로는 안개가 가득합니다.
생각보다 도로가 붐비지 않은 탓에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로 차를 몰아 영천에 도착.
영남대물피싱에 들러 백갈매기 님을 만나 그간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던 붕애비 님과 후나 님에게 전화를 하니 둘은 이미 현장에 들어가 있다는군요.
낚시터 분위기를 물으니 바람이 심상치가 않답니다.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들려오는 무전기속의 거칠고 아득한, 먼나라의 목소리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차창밖의 나무들도 강한 바람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아우성들이더군요.
바람걱정이 앞선 채로 낚시할 장소의 위치를 물으니 영천에서도 한두시간을 더 들어가는 울산권이랍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지도책을 찾아보니 영천에서도 거리가 제법 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갈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붕친은 지나치게 절도있고 규격적이어서 오히려 건조하기까지한 고속도로보다는
오물딱 조물딱 시골집 순두부같아서 운전하는 내내 여유를 부리며 곁눈질을 할 수도 있는, 가을빛 가득한 국도를 타기로 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추수를 끝내고 빈들이 되어있는 논도 있었고 콤바인으로 한창 추수에 열중인 논도 있었습니다.
전선줄에는 제비 무리들이 바람에 이리 뒤뚱 저리 뒤뚱 겨우 중심을 잡은 채 앉아있는 풍경들.
영천에서 국도를 타고 북안과 아화를 지나 건천을 거쳐 경주시내를 통과한 후
7번 산업도로를 타고 울산방향으로 한참을 가다 마침내 길을 잃었습니다.
다시금 후나 님에게 전화를 하지만 그의 설명만으로도 도저히 찾을 수 없습니다.
몇번을 더 귀찮게 하여 낚시터에 겨우 도착을 하니 붕애비 님이 저 멀리서 환한 표정으로 붕친을 반겨 주십니다.
"내려 오니라 욕봤심더. 이번엔 손맛 단단히 보고 가이소.. 바람이 쎄서 고생이 좀 되겠네예"

하늘이 잔뜩 흐린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음산하기까지 한 분위기속의 두 낚시꾼... 붕애비 님과 후나 님
붕애비 님, 후나 님과 반가움 가득한 인사를 나누고 저수지를 한바퀴 둘러 봅니다.
형산강과 반쯤 연결이 되어 있어서 큰물이라도 지는 날이면 어마어마한 강고기들이 맑은 물을 찾아 거슬러 올라오는 곳이랍니다.
난리통을 피해 숨어들은 강고기들은 그대로 붙박이들이 되어 이 소류지의 새로운 가족이 된다는 겁니다.
단지 아쉬움이라면 늪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낚시를 할 수 없다는 것.
낚시를 한 흔적이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늪주인의 고집을 꺽은 낚시꾼이 별로 없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수지가 잘 보존될 수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맞바람에 고군분투중인 후나 님

붕애비 님과 후나 님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보는 와중에도 힘찬 챔질의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9치급 강붕어를 걸고 우당탕대고 있는 후나 님이 보입니다.
지렁이를 물고 나왔다는데 바람찬 낮붕어치곤 힘이 엄청납니다.
한참을 실랑이끝에 겨우 건져내고보니 잘생긴 9치 붕어.
자리 뒷쪽 샛수로에 담가둔 살림망을 들어보니 월척급 붕어 너댓마리가 그 안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도착한 지 두어시간만에 만든 작품이랍니다.


붕친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하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자리의 대부분이 생자리인데다가 물가의 부들마져 깊고 높아서 자리 만들기가 수월치가 않아보입니다.
결국 약간의 손질만 하면 될 듯한 곳에서 겨우 자리를 만들고 드디어 낚시 시작.
언제나 그렇듯 붕친은 2.5칸대 이내의 짧은 대 4대를 발 밑에 펴고는 새우로 붕어를 기다려봅니다.
물속 바닥을 짚어보니 수심은 약 80cm 내외. 1.5칸대와 2.5칸대 사이 바닥의 각도가 10도도 안될 정도로 완경사에
오른쪽을 갈수록 조금씩 수심이 얕아지는 전형적인 늪지형 저수지입니다.

이자리도 마음에 들고...

이 자리도 마음에 들었지만...

맞바람에 샛바람이니 부들에 바람이 막히는 이 자리에서 하기로...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선다는 부들... 그리고 강풍

4시가 조금 넘은 오후임에도 사위는 어느새 어둑어둑... 게다가 비소식도 들려오고...
블루길들의 성화에 찌가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합니다.
콩도 써보고 옥수수도 써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지렁이 10마리를 달아두면 두어번 입질에 빈바늘만 달려 나옵니다.
오후 4시가 넘어가자 구름이 점점 삵스럽게 변합니다.
바람도 거세지면서 간간히 빗방울마져 뿌려됩니다.
바람이 내 귓바퀴를 스치면서 내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집니다.
아직은 해가 있을 시간인데도 찌불을 달지 않고는 찌를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이른 어두움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그 때, 2.5칸대에 이전과는 다른 입질이 들어옵니다.
감성돔 3호 바늘에 새우를 달아두었던 대의 찌가 서서히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딱 멈춘 채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평지형 바닥이니 분명 무엇인가가 새우를 물어 바닥으로부터 띄운 후 찌가 올라온 만큼의 물바닥 위에서 오물딱대고 있는 것일겝니다.
힘차게 챔질을 하니 후두둑 퍼퍽하는 거쎈 손맛이 느껴집니다.
자리 앞 바닥 부들을 피해 겨우 건져내니 튼실한 붕어 한마리가 나옵니다.
눈에 익숙한 크기이니 월척은 안되겠지만 9치는 넉넉히 넘을 듯 합니다.
녀석을 살림망에 담아두기가 무섭게 바로 옆대에서도 같은 입질입니다.
이번엔 찌를 몸통까지 올리곤 동동 띄우더니 옆으로 슬슬 끌고갑니다.
챔질에 딸려나온 녀석은 조금전 붕어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입니다만 역시 9치는 되겠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졌지만 입질을 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물속에 잠겨둔 찌를 몸통까지 올려놓는 붕어들을 잡는 것은 어쩌면 식은 죽 먹기일 겁니다.
다만 붕어들의 힘이 강해서 낭창대는 떡밥대로는 제압이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붕친이 펴놓은 대는 통초리대를 사용, 초릿대와 허리힘을 강하게 받쳐주게끔 만든 수초전용대라서
우다닥 탕탕이면 바로 붕어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너무 무지막지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녀석들 몇몇을 떨구기도 했습니다.
바람은 토요일 낮부터 새벽까지 쉼없이 불어댔습니다.
그 와중에도 새우를 탐식하는 붕어들의 입질 역시 아침까지 계속됐습니다.
결국 새우 4대로 시작한 낚시는 4대 모두 동시에 입질이 들어오는 魚亂의 즈음에 마침내 2대를 포기하고
나머지 2대로만 낚시를 해야하는 -새우낚시에 낚싯대 수를 오히려 줄여야하는- 황당한 경우까지 발생하게 이르른 것입니다.
10미터쯤 떨어져앉은 붕애비 님과 후나 님도 마찬가지의 손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7치급 이하 붕어들은 잡자마자 살림망에 담그지도 않고 바로 방생을 했을 정도로 씨알 굵은 붕어들의 습격을 받은 것입니다.
이런 입질은 새벽이 되고 사위가 희밋테밋해질 즈음에서야 끝나게 됩니다.
밤새 붕어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흐뭇과 난감이 가득한 표정들을 지으며 철수하는 중, 소류지의 주인 등장.
우리들의 살림망을 보시곤...
"요거밖에 못잡았능교. 40cm넘는 것도 많은데 다 잔챙이들 뿐이네예.. 어른 허벅지망큼 큰 가물치도 있는데예..
여기서는 한사람이 100마리는 잡아야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라예. 암튼 욕봤심더.."
(붕친)- %^*^*&^(*&)*_%$%^&

평균 9치급 붕어로 50여수가 들어있는 붕친의 살림망

32.5cm급 월척 붕어

월척급 붕어들... 후나 님 2마리, 붕애비 님 1마리, 붕친 1마리

붕애비 님

영남실사팀의 후나 님

붕친

아침햇살에 적셔본 월척급 강붕어

샛수로에 방생... 살림망을 겨우 들 정도로 묵직했습니다

10년전에 대천 남포저수지에서 새우 두통도 모자랄 정도의 붕어벼락을 맞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새우낚시를 하면서도 오히려 대의 숫자를 줄여야 했을 정도였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때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않게 울산권의 어느 소류지에서 그때보다 더한 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7치급 이하는 잡자마자 방생을 하여 9치급으로만 1인당 40-50마리를 잡았을 정도이니...
10년에 한번 맞는 붕어벼락이라면 아마도 이런 경험은 붕친의 나이가 50을 넘길 때에야 다시 맞을 수가 있겠지요.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데 갈 때마다 늘 이런 조과를 얻는다면 낚시도 이내 심드렁해지겠지요.
이런 붕어벼락은 10년에 한번만 맞아보고 싶은 이유입니다.

철수길... 승리의 V... 소품찌는 물안개 님의 心釣찌... 찌 표면에 상감처리를 하셨다고...

가을을 담고 계십니까...붕애비님

빛바랜 사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 훗날 지금의 우리들 모습도 낡은 사진속에서 이렇게 남아있겠죠
[울산권 소류지 취재종합]
* 일 시 : 2004년 10월 16일(토) - 17일(일)
* 장 소 : 경북 울산 소류늪
* 취 재 : 열린낚시여행팀
* 동 행 : 영남실사팀 후나 님, 붕애비 님
* 날 씨 : 토요일부터 불던 강풍이 밤엔 비바람으로... 다시 맑아졌지만 바람은 더욱더 거세지기만 했던...
* 조 과 : 새우에 9치급부터 월척까지 100여수... 뱀장어 2마리, 빠가사리 30cm급 2마리 등등..
* 기 타 :
무지한 붕친이 이처럼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의 ISO를 100에 두고 찍어서 셔텨스피드가 대부분 1/50 이하입니다.
찍는 순간에도 갸우뚱했던 터였는데 귀경길에 문득.. 혹시.. 하고 확인해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ㅠㅠ
사진 보기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비바람이 치던 밤에 우리를 찾아오셔선 위문품을 전달해주고 가신 입큰붕어 회원 "경주촌닭" 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조행길에 기쁨이 두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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