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萬行처럼...
1. 만행같은 낚시
스님들은 삶이 힘들고 지겨워질 때면 만행을 떠난답니다.
만행하는 수행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랍니다.
그러므로 만행무정처(萬行無定處)의 삶은 수분이 떨어진 화초마냥 스스로를 시들지 않게 하기 위함인 셈입니다.

소류지를 찾아가기 전에 들러본 대천수로

누런색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어느새 가을도 다 지났나봅니다



을씨년 스럽기까지...

지렁이 몇마리로 붕어탐색을 해 봤지만 소득은 없고...

해떨어지기전에 서둘러 소류지로...
붕친도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떠나는 낚시여행.
역마살이니 운수병(雲水病)이니 하면서도 주말만 되면 바리바리 낚시짐과 카메라를 싸들고 메고 집을 나섭니다.
낚시여행을 떠나면서 설레임이나 기대가 없다면 참으로 무의미한 발품이 될 것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설레임이나 기대의 근간은 낚시를 하면서 얻게될 풍성한 조과도 조과이지만
지난 일주일간 맺혔던 생활속의 응어리를 어떤 식으로든 풀고 올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낚시여행을 해우(解優)한다고 말하는 것이며 또 낚시를 하는 낚시터를 해우소(解優所)라 칭하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낚시를 할 소류지
그러할진데 낚시꾼의 만행(萬行)인 낚시여행을 통해 버릴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얻어오지도 못한 채
오히려 근심만 한짐 싸들고 귀경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만큼 마음 아픈 일도 없을 겁니다.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위해서 낚시여행을 가는 것이지 낚시짐보다 더 무거운 근심을 머리에 지고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낚시를 할 자리를 찾아가기도 만만치않은 소류지
2. 주말낚시여행꾼의 고민
평생 몇번이나 낚시를 다닐 수 있을까를 계산해봅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낚시를 다닌다고 치면 40년동안 낚시를 다니는 셈입니다.
1년에 약 20-30번의 출조를 하고있으니 평생 800-1200번의 출조입니다.
이래저래 낚시를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죽는 날까지 대충 600번 정도의 출조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군요.
평생 600번의 낚시.
그 중 30대의 10년은 이미 지난 셈이니 200번은 제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약 400번은 남은 셈이군요.
이 좁은 땅덩어리에 우리가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을까 싶지만 어느 분 이야기로는 전국에 약 1만 군데의 낚시터가 있답니다.
그렇다면 평생 낚시를 다녀도 다 가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붕친은 가급적이면 한번 가본 곳은 왠만해서는 -그전의 조과가 아무리 좋건 나쁘건간에 가지 않으려 합니다.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은 미래의 조과를 보장받는 것 이상입니다.
낚시터는 다 거기서 거기이니만큼 다 엇비슷해서 궂이 새로운 곳을 가볼 필요는 없다.
좋은 낚시터는 조과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다 등등 낚시꾼들의 수만큼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낚시꾼들 중 하나가 붕친이며 붕친 역시 그 수많은 의견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새로운 곳을 가보고푼 욕구인 것이지요.
처음 간 낚시터에서는 처음 간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비록 남들은 그 곳에 붕어없다라고 단언을 할 지언정 나만큼은 무엇인가와 큰대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결과는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낚시를 하는 내내 붕친은 이미 들은 이야기와는 담을 쌓은 채 나만큼은..하는 기대감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지요.
그리고 난 후에 맞는 아침은 또 새로운 곳을 다녀왔다라는 성취감과 차곡차곡 쌓여가는 낚시터 경험을 흐뭇한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때문에 출조를 떠나는 즈음이면 아직 안가본 곳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수많은 곳중 한 곳을 선택 해야하는
고민도 생기곤 하니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붕치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고민은 없습니다.
3. 충남 대천 주교의 산속 소류지
지령은 약 30년에 물 마른적 없고 또 낚시꾼들이 분탕질을 하고 간 적도 없답니다.
다만 밤마다 오리 20마리가 찾아들어 붕어들을 다 잡아먹어서 붕어는 없을거라는 동네 노인분의 충고.
아니나다를까 어둠이 스르륵 내려오자 오리 여나뭇마리가 저수지 한가운데에 요란을 떨며 앉습니다.
그간 없었던 인기척을 느꼈는지 꾸액되며 저수지를 후다닥 떠나는 오리떼.
10여분이 지나자 또 한무리의 오리떼들이 내려 앉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화들짝 놀란 몸짓을 져가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오리떼들의 습격이 없었으니 일단은 안심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말 노인분 말씀마따나 오리들이 이곳 붕어를 다 잡아먹어서 개체수가 없는 것인지만 확인을 하면 됩니다.
물론 확인을 하기 위해선 하룻밤의 시간이 필요하겠죠.


붕친이 밤낚시를 한 무너미... 완경사의 얕은 곳을 찾았지만 의외로 수심이 상당합니다

발밑부터 수심이 급하게 떨어집니다... 짧은 대로 갖낚시

건너편 자리... 완경사에 오히려 조과가 좋았던 곳

모퉁이에 전을 펴봤지만 밤새 잔챙이에게 시달리기만...


저수지 밤기온과 아침의 부시시한 몰골은 반비례합니다
붕친은 무너미쪽이 수심이 얕으려니 하고 그 쪽으로 가서 바닥탐색을 해 봅니다.
의외로 직벽입니다.
한두시간 새우망을 담가봤지만 참붕어 한마리 나오질 않습니다.
마침 내려가는 중에 어느 낚시점에 들러 사둔 새우 한통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바닥에 새우나 참붕어가 없으니 새우가 제대로 먹혀줄지 의심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렁이와 떡밥에 달려나오는 4-5치 붕어와 밤새 씨름을 하고푼 생각도 없으니
천상 새우를 달아두고 큰 붕어의 존재여부를 지루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밟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밤새 큰붕어와 씨름을 한 곳은 붕친이 자리한 무너미가 아니라 건너편 완경사지역이었습니다.
새우미끼에 찌를 끝까지 다 올려 주는 힘 좋은 8-9치급 붕어들,
낚싯대를 차고 나갔던 정체불명의 녀석들등등 밤새 즐거운 일은 다 건너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9치급 붕어

그리고 다음날 철수

전날 저녁 달을 스치고 지나는 듯 보이는 비행기와 비행운
하긴 30여년동안 물 마른적 없고 낚시꾼들도 들어온 적이 거의 없으니 대물이 없다는 것도 이상한 노릇이겠지요.
요 며칠동안 저수지 위 습지를 논으로 만드는 공사를 해서 흙탕이 진 것만 뺀다면 대물을 노리는 낚시꾼이라면 와볼 만도 하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여느 산속 소류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소란스럽게 낚시를 하는 분들은 허탕을 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만큼 작은 저수지입니다.

붕친과 함께했던 조우들

'소년같은 낚시'는 기본

가을이 깊어가는 대천평야... 저 끝에 은포지와 송학지가 있습니다
붕친의 낚시책에는 처음 가본 새로운 낚시터가 또 다시 기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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