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때 생각들

초봄엔 앙상한 가지에 연두빛의 새순을 달고,
이어서 그 색깔에 진한 빛깔의 녹색으로 덧칠을 하고,
마지막으로 화려한 다홍색으로 온 산야를 치장하다 마감하는 단풍잎,

은은한 파스텔톤 느낌의 이 가을에..
울긋불긋 가을을 화려하게 수를 놓은 나뭇잎을 보고 있노라니,
막 꺼지기 직전에 환하게 일어나서 모든 걸 불사르다
사그라드는 모닥불의 마지막 불씨 처럼,
애처로움 마저 들기도 합니다.

굽이굽이 이어진 미로같은 자작나무 산길을 따라서
강원도 춘천호로 만추에 낚시여행을 떠나 봅니다.

길가의 성급한 가지들은 이미 옷을 벗어 버리고..

피어 나면 자연히 지고 마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정상에는 앙상한 가지로 뒤덥힌 산은 이미 이마를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봄부터 뿌리에서 줄기로 물을 올리면서 잎과 열매를 열심히 키우고,
한 여름 쯤에서 부터 미리 제 몸으로 올리는 물의 양을 서서히 줄여 가면서,
다가오는 혹한의 겨울을 대비하여 잎새를 말려서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나무를 통해서'과함이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절제와
미리 준비해둔다는 뜻의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아주 오랜만에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ㅎㅎ

강원도 산골의 단풍은 이제 산꼭대기에서 5부능선 쯤으로 내려와 있고,
낚시할 때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같은 곳 신포리를 지나니..
벌써 가을이 저물어가는 성급함마저 느껴집니다.

행정구역상 화천군인 건넌들에 낚싯대를 펴고
조용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물안개 속에 은은히 빛나는 맞은편의 가로등은
어젯밤의 희미한 기억만 안은채 새벽을 맞아 졸고 있습니다.

건너편엔 북한강계에선 대물터로 이미 이름이 나있는 신포좌대 낚시터가 보이고,

노지낚시와 좌대낚시 그리고 보트낚시가 공존하는 춘천호입니다,

어느 가정집 아궁이에서 아침밥이라도 짓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걸 보니,
어릴적 고향에서 볼 수 있었던 그림이 이 아침에 펼쳐집니다.

첫날은 연밭과 부들의 경계지점에 자리를 잡아 낚싯대를 펴봅니다.

수초 근처에 찌를 바짝 세워서..
그러나, 여기에선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ㅎㅎ

둘쨋날은 연밭으로 자리를 옮겨 봅니다.

체고가 우람한 춘천호의 월척 한 수와
그리고, 늦은 밤엔 연줄기를 감아서 놓쳐 버리고..
바닥이 깨끗하지 못해서 그런지 까다로운 입질은 다섯번 정도 봤습니다.
감성돔 3호 바늘이 두번이나 뻗어서 나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실력이 좋았더라면 댐에서 대박을 할 뻔 했습니다.

어떤 분은 걸었다가 놓친 붕어를 반 마리라고 부르던데..
그렇다면, 총 조과를 한마리 반이라고 이야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붕어사진은 기형은 아니었지만, 붕어의 꼬리 지느러미가 절반 쯤 잘려져 나간
조사님의 살림망에서 며칠간 있다가 방생한 붕어 같아, 보기가 흉해서 생략합니다.

이번 건는들 출조를 분석하자면,
부들보다는 연밭에서 조과가 좋았으며,자리 편차도 심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외바늘에 강제 집행은 필수입니다.

일요일 아침 맑은 하늘의 건는들 그림입니다.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달라 보이겠지만,
물속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배가 오늘 아침에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ㅎㅎ

물위에서 수초를 베개 삼아서 편안히..ㅎㅎ

절정의 가을은 낚싯꾼의 마음을 언제나 흔들어 놓습니다.

대물을 보든지..
혹은, 보지 못하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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